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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앓으며… 설원위 마지막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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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12 21:26:19 수정 : 2014-03-13 0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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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12.5㎞ 출전 페레스
“운동할때는 걱정 잊고 자유 만끽”
결국 결승선을 통과했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켜보던 모든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5년 내 생존 확률이 15% 미만인 말기 암을 앓으며 비장애인에게도 ‘극한의 경기’로 일컬어지는 스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에 출전한 선수의 마지막 투혼이 설원을 빛냈다.

2014 소치 패럴림픽 남자부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좌식스키에 출전한 호세 아우구스토 페레스(42·미국·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페레스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라우라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2.5㎞에서 출전자 19명 중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힘을 다 쏟아낸 데 만족한다. 곧 세상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완주한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페레스는 자신을 곧 떠나보낼 아내와 자녀에게 오히려 용기와 도전정신을 북돋기 위해 선택한 생애 마지막 선물이 패럴림픽 출전이었다. 몸은 비록 서서히 죽어가고 있지만 ‘불같은 투혼’이라는 마지막 임팩트를 가족들의 가슴속에 남기고 싶어서다. 그는 “나는 스스로 ‘4기암 용사’라고 부른다”며 “아내는 내가 마음껏 운동하는 모습을 정말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원래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페레스는 연부조직 육종이라는 희귀암이 발병해 2003년에 왼쪽 다리를 통째로 절단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장애를 얻고 난 뒤 휠체어 컬링을 시작해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에 출전했다. 2008년에는 미국에서 휠체어 컬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컬링 선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스포츠에 매진하는 이유는 ‘자유’였다. 페레스는 “운동할 때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는 자유를 만끽한다”며 “새로 시작한 크로스컨트리에서 아프고 멍이 들고 넘어져 장비가 부러져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1년 전에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을 때 내 머릿속에는 패럴림픽에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출전 이유를 밝힌 페레스는 인터넷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소치 대회에 출전할 여비를 어렵사리 모았다. 그는 “이렇게 뛸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주위를 다시 한번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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