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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 득이냐 실이냐… 고민 깊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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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3 20:25:49 수정 : 2014-03-04 14: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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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관세화 유예 종료 따라 결론 불가피
쌀은 우리의 주식이다. 최근 소비가 줄고 있지만 ‘밥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만큼 우리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시장이 개방되고 있지만 쌀 시장만큼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이젠 쌀 시장의 빗장을 풀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 조치가 올해 종료되기 때문이다. 쌀 시장 개방으로 식량 주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과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경우 오히려 쌀 산업에 피해가 크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어 정부의 고심은 크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오는 9월까지 쌀 시장 개방 여부를 통보해야 해 6월까지 정부 입장을 정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국익과 쌀 산업을 위해 개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 의무수입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과 국내외 쌀 가격 차이, 예상 관세율 등을 고려할 때 쌀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최근 “적절한 관세화를 통해 수입량이 도를 넘지만 않는다면 (쌀시장 개방이) 오히려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시장을 개방하자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즉각적인 시장 개방이 어려운 품목에 대해 일정기간 개방을 유예키로 하면서 한국은 2014년까지 쌀에 대해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대신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을 일정비율 늘려야 해 올해는 쌀 40만8700t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쌀 생산량 423만t의 9.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를 하지 않게 되면 내년부터는 올해 기준 쌀 의무수입량인 40만8700t에 대해서는 5%의 저율 관세를, 초과 수입물량에는 수백%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정부는 의무수입량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이 얼마로 정해지느냐가 쌀 시장 개방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관세율이 높을수록 수입쌀 가격이 올라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쌀 관세율이 최소 200%는 돼야 우리 쌀 산업에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산 쌀 가격은 한 가마니(80㎏)에 17만4000원 선이다. 국제 쌀 가격을 가마니당 6만원으로 가정하고 200%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수입 쌀의 국내 도입가는 ‘6만(6만×200%)’로 18만원이 된다. 수입쌀이 국내산 쌀과 가격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소비자들이 국내산 쌀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화를 그대로 유예한다면 그 조건으로 의무수입량을 최소 배 이상 늘려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배만 늘린다 하더라도 80만t에 달하는데 이는 시장 개방보다 수입물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를 조건으로 WTO 회원국들이 쇠고기 시장 개방 등 다른 협상안을 들고 나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농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도 늘리지 않는 현상유지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2001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DDA 협상 타결 시까지 의무수입량을 동결하고 관세화를 유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세화 유예 조치는 DDA 이전 UR 협상으로 발생한 의무이기 때문에 DDA 협상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라며 “의무수입물량을 더 늘리는 것은 국내 쌀 산업을 망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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