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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야권 협상 타결

입력 : 2014-02-21 20:01:42 수정 : 2014-02-22 02: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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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유혈사태 나흘 만에 EU·러 중재… 조기총선 합의
시위대 진정시킬지는 미지수… 美 의회 고강도 제재안 추진
약 100명의 사망자를 낸 우크라이나 대규모 유혈사태 발생 나흘째인 21일(현지시간) 정부와 야권이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중재를 통해 타협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시위 사태가 진정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현 위기 타개 방안에 서명한 뒤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조기 대선과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 이양하는 ‘2004년 헌법’으로의 복귀를 제안한다”며 “국민이 신뢰하는 거국 내각 구성 절차에 착수할 것도 요청한다”고 밝혔다. 주요 야권 지도자, 독일·프랑스·폴란드 외무장관, 러시아 인권담당특사가 참석한 가운데 밤샘 논의 끝에 이번 안이 타결됐다.

순조롭게 추진되면 9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12월 조기 대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이번 타협은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시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이날도 키예프 시내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독립광장을 떠나지 않고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 진압 작전에 대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야누코비치는 군대를 투입할 시간을 벌려고 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군에서는 수뇌부 인사가 자진 사퇴하는 등 분열 양상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온라인 뉴스통신 LB.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부총참모장(합참 부의장) 유리 두만스키 중장이 “정부가 시민 분쟁에 군대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사퇴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19일 블라디미르 자마나 총참모장을 해임하고 해군사령관 유리 일리인을 임명하는 등 군 지도부를 교체했다.

18일 경찰의 전격적인 시위대 진압작전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유혈사태는 1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NYT는 현지 의료진 말을 빌려 18∼19일 26명에 이어 20∼21일 하룻밤 새 70∼100명이 사망했다고 21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77명이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머리와 심장 부위에 총을 맞아 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이 진압작전 당시 저격수를 배치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지 ‘자유유럽라디오’ 방송은 20일 군복 차림 괴한들이 독립광장 주변에서 시위대를 향해 AK 소총 등으로 조준사격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CNN은 부상자를 돕는 의료진에도 총탄이 날아왔다고 전했다. 정부는 오히려 시위대가 저격수라며 자위 차원에서 경찰 측에 실탄 발사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 의회는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고강도 제재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 주요 인사의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를 결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분명해 15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중 2차분 20억 달러 지원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이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이에 앞서 러시아 차관 확보를 위한 채권 발행을 포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우크라이나를 EU와 미국, 러시아의 이권이 첨예하게 얽힌 ‘체스판’에 비유했다. 러시아로서는 역사적·문화적으로 관계가 깊은 데다 경제적·군사적 핵심 전략지역인 우크라이나를 쉽게 포기할 수 없고, 2000년대 들어 동진정책을 펴고 있는 EU도 이곳을 끌어안을 경우 얻게 될 전략적 이익이 상당하다. 미국 또한 러시아와 EU를 견제하는 데 우크라이나만큼 유용한 ‘말’이 없다는 분석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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