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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연극팬은 행복한 고민

입력 : 2014-02-20 22:06:34 수정 : 2014-02-20 22: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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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스타 배출한 ‘에쿠우스’부터
셰익스피어 비극 ‘멕베스’ · 日 연극 ‘무사시’…
주목할 만한 작품 많아
3월은 연극계가 비수기를 끝내고 기지개를 켜는 달이다. 날이 포근해지고 지난 연말 가벼워진 지갑도 어느 정도 회복세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다시 공연장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 3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할 만한 연극이 넘쳐나 연극팬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아직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미리 관람 계획을 세워야 만개하는 봄 무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돌아온 그 연극…에쿠우스·과부들

극단 실험극단은 3월14일부터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의 대표작 ‘에쿠우스’를 4년 만에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1975년 초연 이후 공연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국내 최초 연극 관객 1만명 돌파, 6개월 연속 장기 공연 등 우리 연극사에 많은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등 ‘알런’ 역을 거쳐 간 배우마다 스타가 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정신과 의사인 ‘다이사트’가 말 여덟 마리의 눈을 찔러 멀게 한 소년 ‘알런’의 치료를 맡게 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다이사트’가 17세 소년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객은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사회적 억압에 짓눌린 한 소년의 뜨거운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에쿠우스’
이번에도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지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다이사트’ 역은 중견배우 안석환과 김태훈이, 말에 대한 열정과 원시적 욕망으로 가득 찬 ‘알런’ 역은 작년 주요 신인상을 휩쓴 지현준과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힌 전박찬이 번갈아 연기한다. (02)889-3561

극단 백수광부가 3월14일부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년 만에 재공연하는 ‘과부들’도 2012년 초연 당시 평단의 호평과 주요 연극상을 독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잿빛 강가에 떠내려온 시체의 소유권을 마을 여인들 모두가 주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970년대 칠레 군사정권기에 발생한 실종과 의문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보편적 가치와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칠레의 망명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으로, ‘죽음과 소녀’, ‘경계선 너머’와 함께 저항 3부작으로 꼽힌다. 예수정, 한명구, 전국향, 이지하, 박완규, 박윤정 등 초연 때 함께 했던 배우 대부분이 다시 참여한다. 3월 23일까지. (02)889-3562

‘맥베스’
◆셰익스피어와 함께…국립극단 ‘맥베스’


국립극단은 시즌 첫 작품으로 올해 탄생 450주년을 맞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골랐다. ‘맥베스’는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파멸사를 그려낸 작품.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최고의 전쟁 영웅이었으나 “왕이 될 것”이라는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권력에 대한 욕망에 눈을 뜬다. 결국 충성을 맹세했던 왕을 살해하고 스스로 권좌에 오르지만, 그의 고통과 불안은 커져만 간다. 2008년 ‘리어왕’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한 연출가 이병훈이 맥베스의 욕망을 통해 현대인의 자화상을 비춰낸다. 맥베스 부부에게 자녀가 없는 설정 등을 통해 이들의 욕망이 어떤 결핍에서 오는지, 이들의 욕망은 왜 파국까지 치닫는지를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완벽한 몰입과 연기력으로 호평받는 김소희가 레이디 맥베스역을, 상승세를 이어가는 배우 박해수가 맥베스 역을 맡는다. 3월 8∼23일 명동예술극장. 1688-5966

일본 니나가와 유키오의 대표작 ‘무사시’
◆일본 연극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의 ‘무사시’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의 대표작 ‘무사시’는 3월 21∼23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일본 에도시대 초기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이자 전설적인 무사로 이름을 날렸던 미야모토 무사시와 그의 숙명적인 라이벌 사사키 고지로, 이 두 검객 간에 벌어진 최후의 승부를 다룬다. 일본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지만, 연출가 니나가와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무대 미학은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 전 세계 관객들을 이미 사로잡은 바 있다.

1969년 연출가로 데뷔한 니나가와는 일본과 유럽을 넘나들며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을 강렬한 무대 연출로 담아내 아시아 연극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작품의 주제를 선명하게 시각화 또는 청각화시키는 연출 능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눈으로 보며 황홀감을 느낄 수 있는 ‘눈의 연극’을 주장하며 “막이 오른 뒤 3분 안에 관객을 연극으로 몰입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스타를 작품에 기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번 ‘무사시’에서도 일본 유명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데스노트’와 ‘배틀로얄’ 시리즈,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후지와라 다쓰야와 차세대 청춘스타로 떠오른 미조바타 준페이 등이 출연한다. (02)2005-0114

극단 76의 레퍼토리 연극 ‘관객모독’
◆관객을 향한 거침없는 모독…‘관객모독’


극단 76의 레퍼토리 연극 ‘관객모독’이 3월 7일부터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관객을 모독한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관객모독’은 극작가 피터 한트케의 대표작으로, 1978년 국내 초연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관객모독’은 기존의 연극 형식을 부정하여 ‘반(反) 연극’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배우들은 대사를 제멋대로 띄어 읽거나 반복하는 등 기존 언어의 문법과 틀을 깨부순다. 또한 객석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붓고 공연 마지막에 객석을 향해 물세례를 퍼붓는 것은 ‘관객모독’의 하이라이트다. (02)766-6007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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