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따라 엄중히 단죄해야 17일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서 자행돼온 광범위한 인권 유린 행태를 반인도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동안 매년 북한 내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시정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온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북한 내 인권 유린이 더 이상 북한 정부나 국가의 배타적 주권 사항으로 간주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한국과 일본 등에 현지 조사를 통해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증언을 청취하는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방대한 규모의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게 됐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실무 조사관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직접 만나본 경험으로는 조사위원회의 활동 목표와 방향 그리고 조사 원칙과 방법이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자료와 증언을 확보하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인권 유린에 대한 철저한 조사 결과 엄격한 법적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사위원들의 업무 수행 자세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던 많은 북한인권운동가조차 그들의 전문적 역량과 합리적인 태도를 보고 큰 교훈을 얻기도 했다. 지난 60여 년 동안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된 인권 유린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하고 처참해 북한인권운동가 누구도 그들의 잔학성에 공분해마지 않으면서도 이를 공개 법정에 제소하고 범죄성을 입증해 단죄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치밀하게 갖추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소홀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반인권 범죄를 규명하고 단죄해 왔던 국제사회, 특히 유엔 인권위원회의 접근은 우리에게 충격적이었고 귀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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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
현재 우리 국회에는 지난 17대 때부터 발의된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지지부진하던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다소 활기를 찾는가 싶었는데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이후 또다시 여야 간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앞으로 적지 않은 난관이 있겠지만 북한인권법에는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한 신고 및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기록·보존하는 기록보존소를 설치 운영하는 것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사업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국내 인권단체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통일의 주도적 역할을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유엔 북한 인권위원회 활동에서 보듯 인권 문제 해결에 합법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구의 역할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법적 조치에서는 반드시 대한민국의 국가기구가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해 신뢰도를 제고하고 법적인 구속력을 보장해 국내외,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국제사회와 더불어 그들에 대한 ‘보호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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