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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유니버설발레단 기대주, 발레리나 심현희

입력 : 2014-02-11 21:18:11 수정 : 2014-02-12 11: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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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안짱다리 소녀, 프로 무대서 날다 발레리나 심현희(22)는 지난해 12월 늘 꿈꿔온 프로 무대에 주역으로 섰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UBC) 호두까기인형에서 클라라 역을 맡은 그는 아름다운 몸짓과 함께 과자나라를 여행했다. 올해 UBC 코르드발레(군무)로 정식 단원이 된 그는 다시 한번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21일 UBC 30주년 기념 스페셜 갈라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로즈 아다지오’를 춘다. 이제 학교를 갓 벗어난 발레리나가 연이어 주역을 맡는 건 드문 일이다. 그만큼 UBC가 그의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입단하게 돼서 영광이에요. 입단하고 첫 주역을 하게 된 건 제게 기회를 주신 거죠. 누구나 얻지 못하는 기회니까 부담도 좀 돼요. 아직 잘하지도 못하는데 해야 하니 부담 되긴 하지만, 정말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에요.”

그는 “지난해 호두까기인형 공연 전에 긴장도 걱정도 많이 됐다”며 “그래도 전막으로 다 같이 서니 기분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그가 큰 무대에서 공연 일부가 아닌 전막을 추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연기에 스스로 몇 점을 매기느냐고 묻자 그는 “100점 만점에 50점”이라고 답했다.

“하고 싶은 기준치는 높은데, 공연 때마다 한번도 만족해보진 못했어요. 완벽함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실수가 있었냐고요? 처음 1막에서 등장할 때 파드되(남녀 듀엣) 장면이었는데 조명이 어두웠어요. 그런데다 좀 긴장해서 안 맞은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뒤로 갈수록 편안해졌어요.”

심현희는 대학 시절 바르나콩쿠르 주니어 은상,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 콩쿠르 금상, 시칠리아콩쿠르 금상, 프랑스 그라스 발레콩쿠르 금상 등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았다. UBC는 그를 선화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주목했다. UBC 문훈숙 단장은 심현희의 장점에 대해 “라인도 아름답고 테크닉도 탄탄하다”며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어린 무용수가 어떻게 피어날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심현희는 가장 존경하는 무용수로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마리아넬라 누녜스를 꼽았다. 발레의 기본 동작을 잘하는 데다 기술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점에 반했다고 한다.
남정탁 기자
UBC 유망주인 심현희는 외모나 목소리만 보면 보통의 20대 아가씨 같다. 해맑고 순하고 부드럽다. 방긋방긋 잘 웃는다. 발레에 입문한 과정도 물 흐르듯 했다. 그는 여섯 살 때 동네 학원에서 발레를 시작했다. 심한 안짱다리를 교정할 겸 놀이하듯 배웠다. 그는 “재밌어서 계속 하다보니 이제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콩쿠르도 준비했지만 심각하진 않았다. 친구들이 옷을 살 때 그는 발레 의상을 구경할 만큼 발레가 좋았다. 전공하기로 마음먹은 건 중학교 때였다.

가장 좋아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낭만적이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 파드되를 가장 좋아한다”며 “음악만 들어도 너무 좋고, 발레와 같이 보면 진짜 빠져드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마냥 여성스러워 보이는 심현희는 그러나 알고보면 외유내강형이다. 발레리나가 매일 소화해야 하는 고된 연습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꼽았다.

“연습할 때 힘들면 포기하게 되잖아요. 체력이 달리는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쭉 해야 하는데, 도중에 힘들면 못하게 돼요. 전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한번 도중에 놓아버리면, 나중에 전막 공연을 할 때 더 힘들거든요. 발레는 신경 쓸 게 많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요. 동작 하나를 해도 많은 근육을 쓰면서 지켜야 할 게 많아요.”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콩쿠르 준비 중 슬럼프가 왔을 때도 참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준비하면서 ‘그만둘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만두고 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타고난 안짱다리는 그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발레의 기본인 턴아웃이 남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슬럼프가 왔을 때도 이 때문에 고민이 더해졌다. 지금도 턴아웃이 완벽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여긴다. 매일 근육을 쓰면서 몸을 만들고 동작을 할 때도 더 신경 쓴다.

“확실히 서양무용이 서양인에게 맞춰진 동작이 많아요. 동양인은 많은 경우 다리가 안으로 말려 있다고 하더라고요. 발레리나 중에 안짱다리가 심한 사람이 전공까지 오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발레를 하다보니 ‘서양인으로 태어났으면’ 할 때도 있어요. 서양인은 발이 이쁘고 팔·다리도 길고 키도 큰 데다 턴아웃도 잘돼요.”

그는 “발레의 매력은 무대에서 춤출 수 있고 관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점”이라며 “그래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 멀미를 할 만큼 공연 전에 긴장했지만 이제는 좀더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무대만의 매력 때문이다. 그가 되고 싶은 발레리나는 “한 가지 색보다 역할에 맞는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 무용수다. 기술을 기본으로 갖추고, 이에 더해 연기력이 돋보였으면 한다. 작품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지금은 발레 동작보다 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프로 무대에 오니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관객이 제 공연을 보면서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것보다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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