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경찰서는 돈을 받고 문화재 기술자 자격증을 빌려준 혐의로 홍모(58) 단청장 등 문화재 수리기술자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홍씨는 숭례문 복원 때 단청 공사를 책임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자격증을 대여받아 문화재 수리업 등록을 한 보수업체 19개 법인과 대표 1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홍씨는 지난해 7월 전북 군산의 문화재 수리업체인 A종합건설로부터 1500만원을 받고 단청 기술자 자격을 빌려주는 등 3개 업체로부터 자격증 대여 대가로 3780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가 자격증을 대여한 N건설은 숭례문 복원공사에도 참여했지만 단청 작업은 홍씨가 직접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건된 기술자 중에는 홍씨 아내 이모(53)씨와 딸이 포함됐으며 문화재 수리기술 자격시험 출제위원인 D대학 곽모(54) 교수, 전 문화재청 과장 김모(66)씨, 임신중인 기술자 등도 자격증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건설업체들은 문화재 수리업 등록을 위해 단청 분야 기술자 1명을 포함, 총 4명의 문화재 수리기술자를 채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자격증 대여기간과 공사기간이 겹치는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 등 전국의 국보·보물·중요민속문화재 155건을 대상으로 보수건설 업체들이 실제 무자격 상태에서 보수공사를 진행했는지를 조사중이다.
이와 함께 숭례문 복원공사에 참여한 보수건설업체 중 실제 문화재수리기술자를 참여시키지 않고 자격증만 대여받아 공사를 한 업체가 있는지도 수사중이다.
이에 대해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은 “고건축 분야는 인력풀이 한정돼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비리가 반복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전 이화여대 교수는 “공무원과 교수, 업자들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온 것이 너무나 오래됐다”며 “정부가 비상한 의지를 가지고 공무원들부터 혁신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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