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해상누각서 화려한 달맞이… 밤이 아름답다

입력 : 2014-01-23 21:53:29 수정 : 2014-01-23 21:53:29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룡포·호미곶·영일대… 포항의 명소 과메기가 있어 겨울철 미식여행지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포항에는 빼어난 정취를 지닌 여행명소도 하나둘이 아니다. 영일만에 포스코(POSCO)가 들어서며 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졌지만, 포항은 원래 바다 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남쪽의 구룡포에서 호미곶을 거쳐 영일만을 지나 북쪽의 영덕으로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강원도나 제주도 못지않은 멋진 해안을 만나게 된다.

구룡포항에서 3㎞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과메기 덕장이 즐비하게 늘어선 해안가에 일정한 형태로 금이 그어진 바위들이 나타난다. 바로 삼정리의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굳는 속도에 따라 단면의 형태가 사각형 혹은 육각형의 다면체 돌기둥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약 17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하며 생성된 삼정리 주상절리는 절리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신비감을 더한다. 수직과 사선 문양이 골고루 섞여 있고, 방사상과 부채꼴 모양도 찾을 수 있다. 해파랑길 14코스가 연결되는 삼정리 주상절리는 그다지 험하지 않고 바위와 바위 사이가 촘촘히 연결돼 육지에서 가장 먼 곳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구룡포항 뒷골목에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는 ‘근대문화 역사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부터 조성된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지금은 약 200m쯤 되는 골목에 일본식 적산가옥 50여채가 보존되어 있다. 1920년대에 지은 일본인 어업조합장의 2층 살림집을 새로 단장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관’, 당시 간판으로 영업을 하는 음식점과 찻집 등에서 100여년 전 포항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갖가지 형상을 보여주는 구룡포 삼정리의 주상절리.
일출명소인 호미곶은 포항 바다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익히 알려진 곳. 호미곳 앞바다에 세워진 ‘상생의 손’ 뒤로 해가 솟는 장면은 포항을 상징하는 사진이 됐다. 울산 간절곶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 어디냐’를 겨룬 호미곶에는 국립 등대박물관, 새천년기념관 등 관람시설도 여럿 들어서 있다.

죽도시장도 포항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동해안 최대 상설이라는 죽도시장에는 온갖 해산물이 그득하고, 200여개의 횟집이 늘어서 있다. 펄펄 뛰는 수산물을 둘러보는 것에도 신이 나지만, 겨울 죽도시장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은 엄동설한에 허연 입김을 뿜어대며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시장 사람들이다. 이들의 뜨거운 삶의 열기는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금세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최근 포항 바닷가에는 새로운 볼거리들이 잇따라 생겼다. 우선 죽도시장 앞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연결하는 포항운하가 건설돼 1월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197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매립됐던 동빈내항∼형산강 일대에 길이 1.3㎞, 폭 17∼20m의 물길을 낸 것이다. 죽도시장 상인들은 “형산강 물길과 연결되며 물이 고여 있던 동빈내항의 고약한 냄새가 없어졌다”고 반겼다. 포항운하에는 유람선이 다닐 예정이며, 포항운하관에서는 포스코 공장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관광지로서도 주목을 받을 것 같다. 포항시 측은 포항운하가 서울 청계천 같이 포항의 새로운 명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에 세워진 해상누각인 영일대는 경복궁 경회루를 본떴다. 포항 겨울 밤바다에 드리운 보름달과 영일대의 조명이 운치 있는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또 포항의 최대 해변인 북부 해수욕장에는 지난해 여름 해상누각인 영일대가 새로 세워졌다. 이를 계기로 해수욕장 이름도 영일대로 바뀌었다. 영일대는 포항시가 영일대 해수욕장을 부산 해운대나 강릉 경포대 같은 전국적인 명소로 육성하겠다며 경복궁 경회루 형상으로 바다 위에 세운 전통 누각. 영일대에서는 새해 첫날 대대적인 해맞이 행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지는 영일대는 포항의 새로운 야경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포항에서는 바다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깊은 산속 절집의 정취도 각별하다. 포항의 절집 중에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곳이 운제산 자락의 오어사다. ‘나 오(吾)’ 자에 ‘물고기 어(魚)’ 자를 쓰는 이름에는 원효와 혜공선사의 전설이 서려 있다. 두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하며 죽은 물고기를 살리는 법력을 겨뤘는데, 물고기 한 마리만 살아나자 이것을 놓고 서로 자신이 살렸다고 했다는 데서 이 같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오어사는 절집이 들어선 위치가 특이하다. 저수지의 가장 안쪽 물가에 둥글게 앉아 있다. 오어사 뒤편 가파른 암봉 끝에는 자장암이라는 암자가 들어서 있다. 출렁다리인 원효교를 건너가 물 건너편 산자락에 오르면 저수지와 오어사, 자장암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아주 빼어나다.

12폭포로 유명한 포항 북쪽 내연산에 자리한 보경사도 포항을 대표하는 명찰. 경내의 울창한 소나무숲과 단아한 당우로 이름이 높다.

포항=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54)=서울에서 포항을 가려면 중앙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대구까지 가서 대구∼포항 고속도로로 갈아타면 된다. 구룡포의 이색음식은 ‘모리국수’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듬뿍 넣고 다진 양념으로 걸쭉하게 끓여 먹는 국수이다. 뱃사람들이 어판장에서 팔고 남은 생선을 가져와 국수를 넣고 끓여 먹은 데서 유래했다. 구룡포시장의 ‘모정식당’(010-8454-4314)이 원조다. 포항의 별미로 물회를 빼놓을 수 없는데, 시내에서는 시청앞 ‘호미곶 물회’(274-0103)가 유명하다.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사업 협동조합(276-0760), 영덕 청어과메기 영어조합(732-8524)에서는 택배로 주문할 수 있다. 1두름(20마리)에 1만5000원 정도. 포항 시내에 호텔과 모텔이 즐비하지만, 바닷가 숙소를 원한다면 호미곶 주변과 영일대 해변에서 찾는 게 편하다.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린 '상큼 발랄'
  • 아린 '상큼 발랄'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