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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울리는 ‘바람의 바위’… 장쾌하구나

입력 : 2014-01-16 22:19:05 수정 : 2014-01-17 11: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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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수려한 능선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둘레 4㎞ 높이 200m 거대한 암봉
가까이 만나도 좋지만 속초 동명항 영금정서 전체적인 풍모 감상하는 것도 좋아
하늘이 우는 소리, ‘천후(天吼)’라고 했다. 겨울 설악산 울산바위에 몰아치는 바람소리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은 드세고 사납다. 옛사람들은 경외와 공포를 느꼈을 법하다. 그래서 조선시대 이곳은 ‘천후산’이라고 불렸다.

둘레만 무려 4㎞, 바위 높이만 200m가 넘는 이 거대한 암봉은 외설악 능선에서 가장 힘차고 웅장한 풍모를 자랑한다. 장비가 좋아지고 등산로가 정비되며 이제는 공룡능선을 타고 최고봉인 대청봉(1708m)에 오르는 사람도 많지만, 1970, 80년대만 해도 울산바위는 흔들바위와 함께 설악의 아이콘이었다. 예전에는 울산바위를 오르려면 수직으로 세워진 좁은 철계단을 올라야 했다. ‘공포의 808계단’으로 불리는 이 철계단을 오르려면 바짝 긴장하고 아찔한 순간들을 감내해야 했다. 1년여 전쯤 울산바위에는 한결 유순한 길이 놓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피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경사면에 갈지자로 너른 계단을 놓아 겨울철 등산에도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속초 동명항 영금정에 몰아치는 겨울 파도.
#울산바위라는 이름의 유래


울산바위의 바람소리 얘기를 꺼냈으니, 그 이름의 유래부터 살펴보는 게 좋을 듯싶다. 왜 바위 이름이 하필 ‘울산’일까. 그동안 널리 통용돼 온 얘기는 금강산의 봉우리가 되고자 울산에서 날아오른 바위가 금강산 1만2000봉이 다 채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만 설악산에 주저앉아 그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이다. 그러나 과거 문헌에도 울산바위라는 이름은 등장하지만, 이 같은 유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반면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동국여지승람’은 기이하고 꾸불꾸불한 봉우리가 울타리를 설치한 것과 비슷해 ‘울타리 산’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적고 있다. 또 ‘여지도서’는 “천후라고 부른다”고 되어 있고, ‘관동읍지’는 “바람이 산중에서 스스로 불어 나오기 때문에 하늘이 운다”고 적었다. ‘강원도지’ 역시 큰 바람이 불려고 하면 산이 먼저 울기 때문에 울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조선지도’ 등 많은 고지도에도 천후산으로 표기돼 있다. 다수의 기록이 울산바위의 우는 소리, 즉 바람소리에서 그 유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 울산바위에 올라보면 ‘울산’이라는 지명보다는 ‘우는 산’이 훨씬 더 그럴듯한 연원이라는 데 두말없이 공감하게 된다.

 #장쾌한 위용 펼쳐지는 동명항

산봉우리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위에 올라 발아래 세상을 굽어보는 재미가 하나고, 아래서 올려다보며 전체 풍모를 감상하는 게 다른 하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산은 전자가 훨씬 더 많은 감동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울산바위는 다르다. 울산바위는 그 위에 오르기 전에 산 아래서 압도적인 위용을 감상하는 게 먼저다.

미시령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확 눈길을 잡아끄는 웅장한 자태는 속초 어디에서든 확인할 수 있지만, 가장 시원스런 전경이 펼쳐지는 곳은 속초 동명항일 것이다. 동명항 방파제에 서면 내해(內海)와 속초 시내 건물 너머 설악의 수려한 능선과 그 가운데 자리한 당당한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아래서 이렇게 장쾌하고 시원한 장면이 펼쳐지는 곳이 우리 땅 어디에 또 있을까.

맑은 겨울날 아침 속초 동명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설악산의 장엄한 능선. 그 가운데 우뚝 솟은 게 울산바위다. 둘레만 4㎞가 넘는 그 거대한 바위는 가까이서 보면 기가 질릴 정도로 위압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설악의 능선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풍경은 요즘 같은 추운 겨울날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방파제 옆에 자리한 속초의 또 다른 명소, 영금정에 올라도 좋다. 원래 영금정은 동명항의 바닷가 바위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바위 옆 작은 언덕 위에 놓인 정자도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속초 바로 옆 고성군 토성면에 자리한 ‘델피노 골프 앤 리조트’의 C동은 울산바위의 전모를 가장 가까이서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일 것이다. 이른 새벽,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서자 순백의 설원에 우뚝 솟은 울산바위가 거대한 벽처럼 눈앞에 버티고 서 있다. 울산바위와 이 건물의 실제 거리는 적잖게 멀지만, 이곳에서 보면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을 것같이 가깝게 느껴진다. 그만큼 울산바위가 거대하고 우람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울산바위는 여명의 푸른 기운에 젖는가 싶더니 이젠 아침 햇살의 붉은 기운에 감싸여 있다. 이 장엄한 풍경이 주는 감동은 어느새 그곳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속초·고성=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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