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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칼럼] 소통, 문화로 정착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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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12 21:23:05 수정 : 2014-01-12 21: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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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대 ‘불통’이 사회 문제
일상 속 진정성 있는 소통 필요
‘소통’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한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오히려 ‘불통’(不通)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음은 진정 역설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소통을 향한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소통에 대한 기대치 또한 하늘을 찌름에 따라, 소통을 둘러싸고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되면서 불통 논란으로 비화된 듯싶다.

하지만 소통 능력은 하루아침에 습득 가능한 단순한 스킬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호흡해야 하는 것이요, 일상 속에서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자리매김돼야 하는 것이 소통이다. 그러하기에 소통 뒤에는 문화란 표현이 붙여져야 가장 잘 어울린다.

소통이 문화적 기질에 가까움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글로벌 여행 전문가들이 한국인에게 붙여준 별명이 있다는데, 답은 악어란다. 악어는 동물 중에서 가장 표정이 없는 축에 속한다는데, 한국인 특유의 무표정과 마주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악어가 연상된다는 것이 그들의 변(辨)이었다. 소통을 명실상부한 문화 수준으로 정착시키려면 얼굴에 소통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부터 단단히 훈련을 거듭해야 할 모양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소통이 문화로 자리매김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긴 쉽지만, 소통이란 과연 무엇일까 정의하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일례로 커뮤니케이션을 향해 여성이 부여하는 의미와 남성이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곧 여성에게 소통이 목적이라면 남성에게 소통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소통 그 자체를 즐기면서 친밀감도 느끼고 정서적 유대도 공고히 하며 팀워크도 다지는 반면, 남성들은 해결할 문제가 없으면 굳이 소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구적 소통관을 내면화한 남성들 입장에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두세 시간 떠들 수 있는 여성들을 보며 수다에 잡담에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여성들 입장에선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서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남성들을 보며 그들의 소통 능력 자체에 의구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소통과 관련해서 부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연구자가 실험에 참가한 남편들에게 일주일 동안 아내에게 마음껏 애정표현을 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일주일 후 연구자는 부인들을 향해 ‘당신 남편이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 주었느냐’고 물은 결과, 하나같이 ‘남편은 애정을 표현한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혹스러워진 연구자는 다시 남편들을 불러 ‘왜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느냐’고 힐난조로 물었다. 남편들은 이구동성으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노라’ 외쳤다.

연구자는 이 난감한 수수께끼를 풀고자 삼자대면(?)을 시도했다. 알고 보니 부인들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럽게 껴안아 주기, 소담스러운 꽃다발, 성의있는 선물 등이 애정 표현의 방식이었던 반면, 남편들에게 애정 표현은 뒤죽박죽인 창고 정리하기, 고장 난 전구 갈아 끼우기, 모처럼의 잔디 깎기 등이었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애정이 친밀한 정서의 교감을 의미했다면 남성에게 애정은 실용적 도움의 성격이 강했음을 확인해준 흥미로운 실험이었던 셈이다.

우리네 일상 속에서 진정성을 토대로 한 소통문화가 자연스레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남녀에 따라 세대에 따라 혹은 파워의 많고 적음에 따라 소통을 경험해온 방식도 다양하고 소통을 이해하는 양식도 다채로우며, 소통을 실천하는 방법 또한 각양각색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리란 생각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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