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은 연말연시면 희망을 찾아 온 사람들이 순례객처럼 발을 딛는 곳이다. 그 특별한 의미 때문에 이미 와 봤던 사람도 또 발길을 돌려 찾게 된다. 땅끝은 국토의 시작점이고 남도에서 손꼽히는 일몰·일출 명소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도 북위 34도 17분 21초에 자리한 땅끝을 기준으로 삼았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해남 땅끝에서 한양까지 천리, 한양에서 함북 온성까지를 이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다. 땅끝마을에는 땅끝전망대와 땅끝탑 등 이곳의 상징성을 부각시킨 시설이 여럿 갖춰져 있다.
땅끝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사자봉(156m) 정상에 자리한 땅끝전망대까지는 통상 모노레일로 올라가게 된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봉화를 형상화한 높이 40m의 전망대에 오르면 크고 작은 섬이 즐비한 다도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보길도 너머 멀리 뒤편으로 제주도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땅끝전망대에서 바닷가 땅끝까지는 400여m로, 1400여개의 나무계단이 이어져 있다. 돛을 펼쳐놓은 듯한 땅끝탑과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로 이뤄진 땅끝에 서면 동서 양쪽으로 거칠것 없이 너른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장엄한 해넘이와 해돋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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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의 땅끝탑에는 이즈음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자처럼 몰려들어 새해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진다. 해질녘 땅끝탑 전망대에 홀로 선 한 남자가 서서히 수평선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 해를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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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근처 죽도와 중도의 해넘이. |
대흥사 입구로 이어지는 1.5㎞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100년 역사의 전통 한옥인 유선여관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김명곤)이 춘향가를 부르던 바로 그곳이다. 고색창연한 기와를 이고 있는 이 단아한 한옥은 아마도 우리 땅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통여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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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 자락 대흥사 전경. |
겨울 해남에서 꼭 들러야 할 곳 하나를 추가한다면 고천암호다. 너른 갈대밭 사이로 물오리와 기러기, 논병아리들이 떼를 지어 수면에서 노닐고 있다. 요즘 고천암호에는 예전만큼 많은 철새가 찾지 않아 하늘을 가득 메운 군무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저물녘 어둠이 깔기 시작한 물가에서 철새들이 수런거리는 소리, 편대를 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은 사람들 마음을 금세 평온하게 만들 정도로 서정적이다.
해남=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61)=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 목포까지 가서 다시 영암방조제를 지나 806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해남이다. 목포에서 2번 국도를 타고 강진방면으로 가다 13번 국도로 갈아타도 된다. 땅끝마을 선착장에서 세연정·동천석실 등 윤선도 유적지로 유명한 보길도를 오가는 배가 출발한다. 해남은 우리나라에서 군단위 지자체로는 강원도 홍천 다음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있으니, 동선을 잘 짜서 움직여야 시간 낭비가 없다. 모텔급 숙소가 땅끝마을, 대흥사 앞, 해남읍에 몰려 있다. 아침 일출을 보려면 땅끝마을에 여장을 푸는 게 좋다. 떡갈비, 불고기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읍내의 ‘천일식당’(535-1001)이 널리 알려져 있다. 땅끝마을의 ‘전라도 가정식 백반’(535-5008), ‘땅끝 횟집’(533-6389)도 맛이 깔끔하다. 대흥사 입구 ‘보리향기’(534-3376)는 현지인이 적극 추천하는 보리비빔밥 전문식당이다. 해남군 문화관광과 530-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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