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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허리띠 졸라매 국가채무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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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7 22:24:09 수정 : 2014-01-07 22: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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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증가율, 재정난 남유럽보다 높아
대책없는 복지예산 늘리면 안돼
올해 대한민국의 국가채무가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500조원이라는 액수도 놀랍지만 금년에 국가채무 증가가 50조원이라고 하니 이런 추세라면 2년마다 국가채무가 100조원씩 증가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의 국가채무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2000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2년 기준 3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8.8%는 물론 일본 219.1%, 미국 106.3%, 영국 103.9%, 독일 89.2% 등 주요국과 비교할 때 아직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증가 속도를 보면 2000∼2012년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은 12.3%로 포르투갈 10.5%, 스페인 7.4%, 그리스 6.7% , 이탈리아 3.6% 등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피그스(PIIGS) 국가들보다 높다.

어떤 조직이든 엄청난 빚을 지고 있으면서 그 빚이 또한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결코 그 조직이 잘될 수가 없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라도 급속히 증가하는 국가부채를 막아야 한다. 국가나 어떤 조직이 부채를 갚아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우선, 돈을 많이 벌어서 빚을 갚는 방법이다. 한 가정에서 부모가 지금보다 돈을 훨씬 잘 벌어 오면 지금처럼 똑같이 먹고 입고 살면서 돈을 지출하더라도 가정의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빚을 줄일 수 있다. 사실상 모든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는 최고의 해결 방법이다. 국가경제로 보면 기대도 안 했던 엄청난 유전이나 금광이 발견된다든지, 국내 연구자나 기업이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해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경우다. 우리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창조경제’도 실은 획기적인 발명과 기술 발전으로 돈을 잘 버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인데, 당연히 모든 국민이 기술 발전과 신상품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다음으로, 생활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가정으로 치면 외출할 때 전등과 난방을 꼭 끄도록 하고, TV나 컴퓨터의 플러그를 뽑아 놓는 등의 방법으로 절약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이 이런 각종 정부 활동을 효율화하려는 작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지방을 포함한 공공 부문의 빚은 지난해 말 5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 국가부채인 443조원을 훨씬 뛰어넘고 있음이다. 여러 가지 정부 활동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조금 불편을 느낄지 모르지만 비교적 큰 고통이나 반발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이다. 이 정도에서 부채가 해결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로 미루어 정부의 효율화만으로 부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결국,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가정으로 비유하면 에어컨을 놓고 전기를 아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예 에어컨을 선풍기로 바꿔야 한다.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듯 빚을 갚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누리던 것을 많이 포기하고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항에 대해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 건강보험과 공적연금 등 사회복지 관련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데 비해 세수여건과 대내외 경기전망이 불확실하다. 그러나 오히려 침묵하기는커녕 복지예산을 늘리겠다고 공공연히 약속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치인이고 정부이다.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누리던 것을 포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은 이런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닥쳐오는 현실을 직시하고 명백한 해결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부채 문제는 해결할 길이 없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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