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복지는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예산 만드는 것이 어렵다. 기초연금은 반대로 예산은 준비되고 있는데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 좀 특이하지만,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가 크지 않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적어도 7월에 기초연금을 시행하겠다는 것에는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전체 노인 80%에게 지급하자던 종전의 입장을 수정해 기초연금 대상자를 전체 노인의 70%로 한정하되 대상자 모두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제 남은 쟁점은 지급대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이미 수급하는 10% 노인에게 기초연금액을 차등할 것인지 여부와 기초연금의 급여 연동방식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상승률로 할 것인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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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 |
기초연금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급여연동장치를 물가상승률로 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 상승률로 할 것인지 문제는 더 단순하다. 정부안은 기초연금액을 매년 전국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 따라 연동하지만 5년마다 수급자의 생활수준, A값의 상승률,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 고려해 적정성을 평가하고 반영하여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증가율에 연결돼 있는 A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을 개연성이 존재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지만 A값이 최근 지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가 증가되고 노인빈곤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초연금의 실질 가치를 낮추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므로 정부 불신에 기초한 논박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13년 노후설계 10대 이슈에서 기초연금 도입이 36%의 응답률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고 한다. 기초연금제도는 단기적으로 매년 10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초대형 복지제도라고 할 수 있다. 어르신에게 갑오년 새해를 맞이해 기쁨과 희망의 뉴스를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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