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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한폭탄’ 국립대 기성회비 해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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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31 20:45:31 수정 : 2013-12-31 21: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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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등록금에 해당하는 기성회비의 법령상 근거 미비를 이유로 정부와 국립대가 재학생과 졸업생의 기성회비 반환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고 1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국립대 학생 4219명이 낸 ‘부당이득 반환소송’ 항소심에서 기성회비 징수의 법령상 근거가 없어 대학이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1심 판결(2012년 1월)을 재확인했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국립대 운영경비의 대부분을 국가에서 부담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운영비의 50%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 그래서 국립대 기성회비는 국고 지원만으로 턱없이 부족한 교육시설비와 교수연구비, 직원 및 조교인건비, 장학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국립대 기성회비의 시초는 1963년 제정한 문교부 훈령을 근거로 대학별로 학부모 모임인 기성회(법인격 없는 사적단체)를 조직하고 자발적 성격의 회비를 거둘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재정이 열악한 대학이 긴급한 교육시설 확충과 부족한 교수연구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사립대 기성회비는 등록금으로 통합돼 2000년대 들어 사라진 반면 국립대는 존치돼 왔다. 그러므로 국립대 기성회비는 징수 필요성과 지출내역 면에서 사립대학 등록금과 성격이 유사하다. 

남궁 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그럼에도 법원은 교육부 훈령만으로는 법령상 징수 근거가 부족하고, 국립대 학생 또는 학부모와 기성회 사이에 기성회비 납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부당이익 반환 청구소송이 가능한 국립대 기성회비 총액은 약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든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학부모의 수익자 부담금인 등록금 재원으로 특별회계인 대학회계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기성회계는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판결에서 부당이득 반환 의무의 주체인 기성회가 해산되므로 반환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다만 신설되는 대학회계의 예산편성과 집행의 자율권은 현행 기성회계처럼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또 국가에서 공무원인 교수와 직원의 인건비, 시설비, 실험실습비 등으로 구분해 지원해 온 기존의 일반회계 대학운영 경비를 등록금 재원인 대학회계에 ‘총액으로 출연’함으로써 대학별 자체발전계획에 따라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도록 할 수 있다. 이같이 기존의 국고회계와 기성회계를 대학회계로 통합·일원화하면 예·결산공개를 통해 국립대 재정의 책무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서울시립대의 사례를 모델로 삼아 현재 50% 내외에 불과한 국가의 국립대 운영비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 학부모 부담을 대폭 완화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립대 재정회계법’, ‘국립대 지원법’ 등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로선 법안의 명칭보다 그 내용과 입법 시점이 훨씬 중요하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여야는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주기 바란다.

남궁 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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