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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기업 개혁은 노사가 함께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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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31 20:47:39 수정 : 2013-12-31 20: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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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내부소통 안돼 사태 확산
노동행정 컨트롤타워 부재 심각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준 철도파업이 22일 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파업은 2009년 8일간 지속된 파업보다 긴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으로 국민의 불편도 막대했고, 시멘트 수송중단 등 경제적 손실도 컸다. 수서발 KTX 별도법인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이라는 노조의 주장과 민영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와 회사 측의 입장이 맞선 결과였다. 파업이 장기화돼 국민의 불편은 가중되는 가운데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다가 정치권과 철도노조 지도부가 국회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새해를 맞기 직전 파업이 종료됐다.

이번의 철도파업이 다행히 최악의 파국은 면한 상태로 종료됐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노사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노사분규의 외부화와 정치화 현상이다. 한진중공업, 쌍용차의 노사분규에서 보인 희망버스 등의 집회와 시위, 철탑농성, 장기파업 빈발, 그리고 특위, 청문회, 국정감사 등 국회와 정치권의 개별기업의 노사문제에 대한 개입은 현재의 노사갈등해소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즉, 기업 내 노사협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노사갈등이 외부로 확산돼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결국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이번의 철도파업도 당사자 간의 대화와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해 노사 간의 협상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정치권이 개입해서 종결됐다.

코레일은 공기업으로서 공익사업장이지만 또한 개별기업이다. 개별기업의 노사문제에 일일이 정치권이 개입해 해결되는 관행은 노사자율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개별기업의 노사가 스스로 갈등을 해소할 소통채널과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외부의 힘을 빌려 해결해야 하는 ‘중독현상’(Narcotic Effect)이 발생하게 된다. 즉, 외부인의 개입으로 파업이 타결된다면 미래의 파업들은 외부개입에 대한 의존현상이 생겨 자율협상이 힘들게 된다. 파업은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노사 간 자율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다. 정치권에서 모든 파업에 개입해 여야 간 협상을 통해 일일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번의 파업이 반면교사가 돼 철도산업의 노사와 정책당국은 노사갈등을 스스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소할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사용자는 원칙과 명분을 지켰다고 하겠지만 파업대응과정에서 미숙한 측면도 많았다. 무엇보다 철도행정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공익을 담보하는 정책의 시행에는 당사자 간의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만성적자의 철도산업을 개혁하겠다는 방안을 원만히 실행하기 위해서는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과 관계당사자에게 사전에 계획을 널리 알리고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파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노동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로 드러났다.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행정기능의 복원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철도노동조합은 정부의 철도산업 효율화방안을 무작정 민영화로 몰아붙이면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코레일은 부채가 17조원에 달하고 철도선진국보다 높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로 방만 경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만성적자 상태인 코레일에 대한 개혁방안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노조의 자세가 아니다. 노동조합이 정부정책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철도공사의 경영개선방안에 대안을 제시했다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공기업도 노와 사가 함께 힘을 합쳐 개혁하지 않고 국민의 부담으로 남는다면 결국은 시장의 외면을 받아 몰락한다는 것을 선진국의 사례는 익히 보여주고 있다.

파업사태가 국회의 철도산업발전소위 구성으로 일단 봉합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그동안의 상처도 크고 앞으로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철도 노사는 갑오년 새해를 개혁과 혁신을 위한 다짐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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