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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교육 선진국서 배운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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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정착’ 위한 통합 지원
결혼이민자와 중국동포,이주노동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지난해 15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도 어느새 다문화·다인종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현재 국내 다문화가정의 초·중·고생은 5만5780명으로 불과 7년 전인 2006년 9389명보다 6배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이들 이주민과 그 자녀들을 위한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건실하게 자리를 잡으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다양성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반대로 이들이 언어장벽이나 지식·정보격차 등으로 사회 적응에 실패하면 통합 저해와 경제·사회적 비용 급증 등 엄청난 국가적 부담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오래전부터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독일과 프랑스가 자국 거주 외국인(이주민)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온 배경이다. 

우리 사회가 참고할 만한 양국의 다문화 교육 현장을 소개한다.

“자, 배가 불룩한(dick) 사람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점점 더 배가 불룩해지더니 엄청 커졌어요. 뭘 의미할까.”

“비교급과 최상급요.”

“맞아요. 형용사 비교급은 단어 끝에 -er을 붙이니 dicker로, 최상급은 단어 앞에 am, 뒤에 -sten을 붙이니 am dicksten으로 쓰면 됩니다. 알겠죠?”

지난해 11월15일 오전 10시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보훔시에 위치한 하인리히 켐프헨 학교(Heinrich-Kaempchen-Schule)의 한 교실. 독일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남학생 3명과 여학생 3명이 교사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수업을 경청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터키와 루마니아, 소말리아 등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고, 나이도 1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다양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독일어에 서투르다는 것. 바로 옆 반에서도 한 교사가 독일어를 거의 못하는 아랍계 학생 4명에게 독일어 기초문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대학 진학보다 직업교육에 중점을 둔 이 학교의 파울 슈미트 교장은 “전교생 130명 중 다문화가정 학생이 40명 정도 되는데, 이 중 16명이 독일어는 물론 영어도 전혀 하지 못해 (독일어)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독일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독일어 구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켐프헨 학교는 보훔시 교육청과 사회통합청, 인근 교회를 비롯한 지역사회와 손잡고 이주민 가정 자녀들에게 독일어 교육과 자아 정체성 확립, 시민의식 배양 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단일민족’성향이 강했던 독일이 이렇게 바뀐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독일은 경제 재건에 열을 올리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터키와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다만 ‘완전정착’을 불허해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이 장기체류하며 자녀까지 낳아 눌러앉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심지어 터키인을 중심으로 본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까지 마구 불러들이는 이주노동자도 많았다. 그러면서 내·외국인 간 갈등 문제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독일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이거나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은 300만명이 넘는 터키인을 비롯해 1500만명(약 19%)이다. 이는 유럽 국가 중 1위다.

결국 독일은 2005년 이민자들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를 제공하는 ‘이민법’을 만들었다. 또 장기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반드시 ‘사회통합 코스’를 밟도록 했다. 독일의 법질서와 문화, 역사 등에 관한 기본적 지식교육인 ‘오리엔테이션’ 강좌와 ‘언어(독일어) 강좌’로 구성된 이 코스는 의무 수업만 900시간에 달한다.

독일 정부는 사회통합 코스 운영에만 연간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아울러 ‘맞춤형 지원’의 하나로 다국어가 가능한 상담진을 갖춘 이주·이민상담센터를 전국 각지에 설치했다. 이들 상담센터는 이주민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관공서 업무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서 평생교육과 취업, 결혼, 건강 등 개인적인 문제까지 각종 고충 해결을 돕고 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보훔시의 하인리히 켐프헨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독일어 특별반’ 교실에서 기초 독일어 수업을 듣고 있다.
◆난제 많은 다문화 교육


그렇다고 독일의 다문화 정책이나 교육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보다 지방 중심의 행정제도가 발달해 지역별로나 학교별로 다문화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이 다른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제도적·재정적 지원에 애를 써도 정책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이로 인해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에센시 이주청소년지원 지역센터(RAA)의 헬무트 슈바이처 센터장이 대표적이다. RAA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의 이주민 가정 자녀 지원을 위한 지역사무소다. 이주 청소년들의 학업 향상과 독일어 및 이중언어 구사능력 배양, 인종차별 금지 등 민주주의 시민의식이나 정치참여 의식 형성 등을 돕는 게 주 임무다.

슈바이처 센터장은 “(이주민 가정) 학생이 일정 인원이 되면 학교에서 그들의 모국어를 가르쳐 주도록 했는데, 쉽지 않다”면서 “이주민 자녀들이 모국어를 통해 독일어와 독일 문화를 배우도록 하는 게 아니라 독일어를 바탕으로 독일문화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에센시 RAA는 이주민 자녀들이 고국 문화를 고수하며 그들 방식대로 살아가지 않고 독일 내에서 적극 소통하며 사는 ‘인터컬처’(상호이해문화)를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에도 관심을 보인 뒤, “독일은 이주민뿐 아니라 동·서독 통일 이후 자국민 간 통합교육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국도 남북한 통일 이후 통합교육에 미리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훔·에센(독일)=글·사진 이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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