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대신 대학 진학 “어른들은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근무환경부터 대기업과 격차가 너무 커요.”(특성화고 졸업생)
중소기업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중요한 영역에 있는 것이 중등단계의 직업교육이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종합고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올해 전국 614개교에 39만7693명이 재학 중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학력 위주의 사회문화와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중등직업교육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고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던 1990년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설립된 특성화고는 이후 양적인 발전을 했다. 그러나 특성화고에 설치된 전공 상당수가 산업현장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내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2010년 실업계 고교의 대학 진학률이 70%까지 높아진 반면 취업률은 현저히 감소했다. 이후 중등단계의 새로운 모델로 도입된 마이스터고의 경우 올해 1기 졸업생의 93.8%가 취업하는 등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3∼5년이 지나야 실질적인 정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중등단계 직업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졸 취업자들이 산업현장에 안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많은 학생이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이의 주된 원인은 산업현장의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이다. 경총의 ‘2013년 임금조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졸 사무직 신입사원의 초임은 194만원으로 대졸 신입사원보다 71만9000원 적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선태 선임연구위원은 “인력을 길러 보내도 복지후생과 근무조건이 나쁘다 보니 튕겨져 나온다”면서 “소상인협회나 국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외국처럼 이들이 사회에 나와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적응력이 높은 직업교육을 위해 학교와 산업계의 공조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독일처럼 기업에 훈련 시설을 마련해 현장 전문가가 직접 교육하고, 정부는 재정지원과 세금 감면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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