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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日 무기수출 3원칙… 방위산업 유지·강화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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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29 20:53:52 수정 : 2013-12-30 00: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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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국가’ 이탈 논란 가열 “적극적인 평화주의 관점에서 방위장비의 공동개발과 생산 등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무기수출 3원칙을 새 안보환경에 적합하도록 명확한 원칙을 정하도록 한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17일 각의에서 결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NSS)’과 ‘신방위대강’에서 ‘무기수출 3원칙’을 대체하는 새 원칙을 만들 것이라고 명기했다. 아사히신문은 새 원칙의 수립은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며 “결국 무기수출 품목과 지역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평화국가의 상징’으로 자랑해온 무기수출 3원칙이 허물어지고 있다. 일본은 무기수출을 사실상 금지해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런 원칙이 조금씩 무너져오다가 아베 정부 들어 아예 새 원칙으로 대체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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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국가 상징’ 무기수출 3원칙

무기수출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총리 답변으로 표명한 무기수출과 관련한 원칙으로, 공산권 국가와 유엔이 무기수출을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우려가 있는 나라에 무기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당시 총리는 3원칙이 적용되는 기존 국가 및 지역 외에도 ‘헌법과 외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의 정신에 따라 무기수출을 삼간다’, ‘무기 제조 관련 장비의 수출은 무기에 준해 처리한다’는 등 내용을 추가해 사실상 무기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은 이 원칙에 따라 군사 무기는 물론 무기의 제조기술과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부품의 수출, 다른 나라와의 공동 개발 등도 광범위하게 제한해 왔다. 역대 일본 정부는 무기수출 3원칙을 ‘평화국가 상징’이라고 내세우면서 정부 방침으로 고수해 왔다.

하지만 3원칙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내각은 동맹국인 미국에 한해 무기기술 공여를,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은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관한 미·일 공동개발 및 제3국 수출을 예외로 차례로 인정했다. 2011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도 국제평화와 일본의 안보 등에 이바지하는 무기의 국제 공동개발을 예외로 허용했다.

◆아베 정권, 3원칙 무력화 가속

무기수출 3원칙의 무력화에 가속페달을 밟은 것은 아베 정권이었다. 3월1일 내각회의를 열어 일본 기업의 F35 스텔스 전투기의 부품 제조 참여를 3원칙의 예외로 허용했다. IHI 기업은 이에 11월 F35의 엔진을 미국 프랫 휘트니(P&W)와 공동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2017년 이후에 구입하는 F35 38기분의 17개 품목 엔진부품을 제조해 P&W에 납품하기로 했다.

특히 방위산업을 아예 성장동력으로 지정해 육성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에 최근 전차용 엔진 공동 개발을 위해 터키 기업과의 합작회사를 내년 초 터키에 설립하고 수송기 등 방위장비를 민수용으로 수출하기로 했다.

국가안보전략 등에 무기수출 3원칙을 새 원칙으로 대체하기로 명기한 아베 정권은 23일에는 아프리카 남수단에 주둔 중인 한국군 한빛부대에 실탄 1만발을 제공하면서 이 또한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로 발표했다.

◆방위산업 육성과 안보 강화 포석… 중국 견제 의도도

아베 정부가 무기수출 3원칙의 족쇄를 풀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무기 개발과 수출을 늘림으로써 전반적인 무기 수준을 제고하고 방위산업을 유지·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안보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기반을 닦는 의미도 있다.

3원칙을 풀어 무기수출을 본격화할 경우 일본 방위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방위산업계는 1990년 중반 이후 미국 등과 공동으로 무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3원칙을 해제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왔다. 일본 시장만 겨냥하면서 대량생산이 이뤄지지 못해 생산단가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방위성 등에 따르면 방위산업에서 철수하거나 폐업한 중소기업은 2003년 이후 아베 정권 출범 전까지 102개 사에 달했고 항공기 분야에서도 21개 사가 철수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에 무기수출을 늘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다. 아베 정부는 이미 해상자위대가 사용하는 기관포 장착 순시정이나 자위대의 수송용 차량 등을 베트남과 필리핀 등에 수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호위함 등에서 사용하는 해적 퇴치용 특수 서치라이트 등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연립여당 공명당 등 일본 내 거부감 커

무기수출 3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려는 아베 정권의 구상에 대한 일본 내 거부감도 적지 않다. 당장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무기수출 3원칙의 무력화에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당초 연내 무기수출이 가능하도록 하려 했지만, 공명당 반대로 계획을 내년 이후로 미뤘다.

일본 내 평화주의 세력도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무기수출 3원칙이 무너지면 무기 개발과 수출이 크게 늘면서 일본이 평화국가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오이 미호(靑井未帆) 가쿠슈인대학 교수는 “(아베 정권의 한국군에 대한 탄약 제공 등은) 어떤 이유를 붙여도 ‘국제분쟁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저촉된다”며 “무기수출 3원칙은 유명무실해졌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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