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없이 처리땐 재의도 요구”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청 가운데 사상 처음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대해 ‘부동의-재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로 촉발된 시교육청과 시의회 갈등이 내년 예산을 둘러싸고 폭발하는 모양새다. 혁신학교는 진보성향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한 정책으로, 보수성향 문용린 교육감은 이 정책에 제동을 걸며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시교육청 이승복 기획조정실장은 26일 “시의회가 30일 교육청과 합의 없이 예산안을 처리한다면 교육감은 부동의할 것”이라며 “예산안에 대한 재의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감이 시의회가 통과시킨 교육청 예산안에 대해 부동의·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의회가 시교육청의 동의 없이 예산을 의결하면 시교육청은 20일 이내에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시의회가 다시 재의결해 통과시키면 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고, 통과되지 않으면 모든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가 시교육청이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된다.
시교육청과 시의회가 정면 충돌하는 것은 혁신학교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11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혁신학교 1곳당 1억4000만원씩 지원되던 예산을 6000만원으로 삭감했다. 이에 예산안을 넘겨받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혁신학교 예산을 다시 원상복구했고, 교육위에 이어 시교육청 예산을 심의 중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교육청과 의회의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최근 학교당 예산액을 8000만원으로 낮춰 제안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6000만원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또 “민원성 쪽지 예산도 1280억원가량 되는데 아무리 양보해도 300억원 이상을 책정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시교육청이 교육과 상관없이 정무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의회 예결위 김종욱 부위원장과 최홍이 교육위원장 등 시의원 5명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의회가 혁신학교 1곳당 8000만원으로 양보하는 안을 내놨는데도 문용린 교육감은 1원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쪽지예산에 대해서도 “1280억원은 근거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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