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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놓고 한·일전

입력 : 2013-12-24 06:00:00 수정 : 2013-12-24 1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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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놓고 한·일 간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는 최근 제주해녀문화를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대상 신청종목으로 선정했다. 해녀문화는 해녀의 물질 기술을 비롯해 바다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축적된 오랜 경험과 지식, 다양한 해녀공동체와 의례 등이 포함되는 무형유산으로 2012년 한국 무형유산 국가목록에 등재됐다.

등재신청서는 내년 3월 말까지 유네스코에 제출한다. 이를 토대로 하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소위원회 평가는 2015년 5∼10월에 있으며, 11월 말에 열리는 유네스코 제10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제주도는 최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범도민추진위원회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이승훈 제주해녀박물관장은 “이미 2011년 ‘제주해녀 세계화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제주해녀축제를 도 축제로 승격하는 등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표목록 등재 대상 신청종목으로 선정함에 따라 큰 산을 넘었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외 공감대 형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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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VS 아마, 유네스코 등재 놓고 한·일전 치열

제주도는 2007년부터 해녀문화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나섰다. 2006년에는 해녀박물관을 개관하고 2007년엔 해녀문화전승조례를 제정했다. 2011년에는 제주해녀문화 세계화 5개년 기본계획안을 마련해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가시화했다. 지난해 9월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는 ‘제주해녀의 지속가능성’을 의제로 채택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등재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은 미에현 도바시, 시마시 등지에서 드라마 열기를 타고 쇠락해가는 지역 회생을 위해 해녀문화 부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녀 원조 지위를 놓고 한·일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4월부터 NHK에서 해녀를 소재로 방송 중인 아침드라마 ‘아마짱’이 2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본 내에서 해녀에 대해 전례없는 관심이 일고 있는 점도 우리 측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자칫 해녀문화를 일본에 선점당하지 않을까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처음으로 국회에서 ‘제주 해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해녀유산 등재가 전국적 이슈로 부상한 셈이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포럼(대표 이선화 의원)과 공동 주관한 길정우 의원은 “지금까지는 제주도가 해녀 등재에 노력해왔으나 예산 부족으로 학예사 1명이 전담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해녀 등재에 나선 만큼 우리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설 때가 됐다”고 촉구했다.

제주해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일본 해녀인 ‘아마(해녀의 일본식 표기)’와 차별화하는 등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은 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9월14일자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면에 ‘사라져 가는 아마’란 기사로 일본 해녀를 소개했다. 1960년대 일본 해녀 사진도 함께 실었다. 프랑스 파리는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곳이다.

미에현은 일본 해녀가 존재하는 다른 7개 현과 연합해 내년 1월 ‘아마문화 보존 및 유네스코 추진위원회’를 내년 1월 발족하기로 하고 국가 차원에서 브랜드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어 해녀를 일본 정부 차원의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고 3월 중 유네스코에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신청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제주해녀박물관 제공
◆제주해녀, 고령화로 보호 시급


해녀는 초인적인 잠수어업을 비롯해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장비, 생사를 넘나드는 생활에서 생겨난 무속신앙, 노동과 함께 만들어진 노래, 공동체 생활에서 이뤄진 조직 등 독특한 문화가 있다. 하지만 해녀 수는 줄고 고령화하고 있어 머지않아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 정부의 보호 대책이 시급한 대목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4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주해녀와 그 문화가 획기적인 정책이 없다면 20년 후면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해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예고한 것이다.

제주의 해녀 인구는 1965년 2만3000명이었다가 1975년에는 8000명으로 줄었다.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현재 4574명으로 5년 전인 2007년 5279명에 비해 15.4%나 줄었다.

현업에 종사하는 해녀의 연령대는 70세 이상 2152명(47%), 60대 1580명, 50대 755명, 40대 81명, 30대 6명으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81.7%를 차지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절반, 20년 뒤엔 80% 정도 감소해 해녀가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함한희 전북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해녀는 살아 있는 문화로서의 중요성이 있다. 해녀들이 지니고 있는 문화는 새로운 환경과 부단히 접촉하면서 창조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며 “해녀 수가 급격히 줄고 있고 이들의 나이가 고령화하고 있어 이들을 시급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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