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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 ③ 박근혜정부 ‘신뢰프로세스·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위기

입력 : 2013-12-12 19:58:27 수정 : 2013-12-12 23: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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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년 전 이맘때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외교안보 핵심 공약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제시했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후 근 1년간 이 두 가지 정책을 한반도와 동북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 중국의 세력 팽창 등의 ‘삼각파도’에 맞서 좌초하지 않고 목적지(통일과 평화)에 다다르기 위한 사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통해 이들 정책에 대한 대다수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냈지만 정작 핵심 이해당사자인 북한과 일본 등의 비협조적 태도 탓에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집권 이전보다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뢰 사라진 신뢰프로세스

박근혜정부는 남북 간 불신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런 심각한 신뢰 결핍을 개선하기 위해 남북이 신뢰를 쌓는 조치를 취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일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튼튼한 안보 바탕으로 남북 신뢰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남북 간 교류는 기대와 달리 찬바람만 불었다. 올 초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다가 지난 9월 극적으로 재가동된 것 빼고는 뚜렷하게 신뢰프로세스의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지난 2일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의 정례 학술포럼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남북 간에는 신뢰보다는 불신이, 평화보다는 대결이, 그래서 통일기반 조성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 가로 놓여 있다”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당초 출발점과 달리 ‘신뢰할 수 있는 상대하고만 대화하겠다’는 식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북핵 문제다. 정부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먼저 변하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동시에 한·미·중 3국 공조를 기반으로 대북 설득과 압박을 높여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의 협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 당국자들은) 전통적 게임이론에 따라 압박을 높이면 상대가 결국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북·중관계는 그런 이론을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의 대북 압력은 북한이 붕괴할 정도로 압박을 가하지 않겠다는 한계 속에서 가해지는 것으로 북한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2014년 통일·대북정책 과제와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대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한·미와 중국 간 격차가 증가하고 9월부터 남북관계 및 북한의 대남 비난이 격화하고 있다”며 “중·일, 한·일, 미·중 관계 악화 속에서 한·중관계와 한·미관계도 유탄을 맞게 되는 상황이 도래해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더욱 깊어진 동북아 패러독스

세계사의 중심 무대가 아시아·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굴기’하고 있는 13억 인구의 중국과 ‘잃어버린 20년’으로 주춤했으나 여전히 경제 대국인 일본, 그리고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앞둔 한국 등이 포진한 동북아가 그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3국은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외교안보 관계는 심각한 갈등상태에 놓여 있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역설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제창해왔다.

현실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일본과는 과거사·영토 갈등이 깊어지면서 한·일 양국에서 신정권이 출범했지만 정상회담조차 개최하지 못할 정도로 냉각됐다. 그나마 중국과는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지속했으나 최근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 과정에서 균열이 노출됐다. 2008년 이후 매년 개최했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올해 열리지 못했으며 내년 개최 또한 불투명하다. 동북아 평화구축 과정에서 한국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일 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올해 우리 정부는 두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지 못한 채 그저 개념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면서 “두 정책이 성공하려면 내년부터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진·김민서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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