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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처럼 세상을 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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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소금강’ 합천 모산재에서 한해를 되돌아보다 경남 합천은 ‘산의 나라’다. 낙동강 지류인 황강이 흐르고 그 상류에 합천호가 있지만, 그 나머지 땅은 산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천(陜川)이라는 지명도 결국은 산이 많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합천은 ‘좁은 내’라는 의미로, 산이 많고 들판은 없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계곡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다 1914년 3월 행정구역 개편으로 인근의 ‘초계’와 ‘삼가’가 합천군으로 편입되며 ‘좁은 내’라는 뜻은 맞지 않고 세 고을이 합해 이뤄진 ‘합천’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한문 표기방식은 그대로 두고 말할 때와 읽을 때는 ‘합천’이라고 하기로 했다.

세 고을이 합쳐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산지와 평지의 비율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현재도 여전히 합천의 내는 좁기만 하다. 합천군에서 만든 그림지도를 보면 이 같은 지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푸른색으로 표시된 합천호, 손톱만 한 합천읍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녹색으로 표시된 산지다. 소백산맥의 지맥이 펼쳐지는 합천에는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 봄철 철쭉 산행으로 유명한 황매산을 필두로 1000개에 달하는 산봉우리가 솟아 있다.

이제 12월도 중순으로 접어든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12월의 여행지로 일망무제의 장쾌한 전망이 펼쳐지는 산 정상만 한 곳도 없을 것 같다. 까마득한 발 아래로 펼쳐지는 세상을 내려다보면 그동안 매달렸던 것에서 벗어나 훨씬 더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산꼭대기가 암봉과 수직절벽으로 이뤄진 곳이면 더 극적인 심리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정상 능선에 솟은 기기묘묘한 암봉 위를 걷는 게 모산재 산행에서 가장 짜릿한 경험이다. 암봉에 서면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일망무제의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황매산(1108m) 남동쪽 자락에 자리한 모산재(767m)가 바로 그런 곳이다. 모산재는 ‘재’라는 이름 때문에 고갯길로 알기 쉬운데, 실은 산 정상을 뒤덮은 거대한 암봉이다. 이 바위들의 풍모가 워낙 빼어나 ‘영남의 소금강’이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당초 산 정상 부근에 ‘못(淵)’이 있어 ‘못산’이었다가 ‘모산재’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바위들도 절경이지만, 그 바위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전망도 이 일대에서 최고로 친다.

황매산은 철쭉꽃이 만개해 8부 능선이 온통 붉게 물드는 5월에 가장 많이 찾게 되지만, 모산재를 목적지로 하는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모산재는 모산재 주차장에서 출발해 영암사지를 거쳐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영암사지에서부터 거리는 1.5㎞에 불과하지만, 경사가 워낙 급하고 암반이 많아 금세 숨이 턱에 차 오르고, 허벅지가 뻐근해진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아예 길이 끊어져, 밧줄을 잡고 바위를 기어오르고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코스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황매산 정상 부근 오토캠핑장에서 차를 세워 놓고, 산길을 따라 걸어 내려와도 된다. 정상에서 모산재를 거쳐 영암사지나 덕만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산길이므로 한결 수월하게 모산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다시 황매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차편을 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모산재의 상징인 돛대바위.
모산재 정상 능선을 따라 노출된 암봉들의 형세가 참으로 기기묘묘하다. 배의 돛처럼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돛대바위, 천길 벼랑 위에서 최치원이 도를 닦았다는 득도바위, 부처 형상을 한 부처바위, 다섯 손가락 형상의 손가락 바위 등에 한참 동안 시선이 머물게 된다.

모산재라는 표지석이 세워진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오른편 아래 바위 위에 돛대 바위가 서 있고, 그 뒤 깎아지른 듯한 암벽 아래로 대기저수지의 푸른물이 굽어보인다. 왼편 절벽 아래로는 도탄리·오도리·중촌리 일대 마을의 다랑논이 펼쳐진다. 그 너머로는 창령, 의령, 진주 일대 산들의 능선들이 물결치듯 유려한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모산재는 합천팔경 중 말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해인사와 가야산, 황매산 철쭉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많은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모산재 산행에서 절정의 코스는 정상 능선을 따라 솟은 화려한 암봉 위를 걷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시야가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돛대바위, 다랑논, 작은 마을, 저수지가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경치를 빚어내는데, 하나같이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다. 머릿속에 잘 저장해 놓고, 넓게 생각하고 크게 품어야 할 때 꺼내 보면 좋은 바로 그 풍경이다.

합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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