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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엎친데 美中日 갈등 덮쳐…2014년 더 큰 '시련'

입력 : 2013-12-10 20:03:02 수정 : 2013-12-11 1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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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제국주의 열강이 한반도를 무대로 각축했던 구한말의 위기 상황과 흡사한 양상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우리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함께 중국의 군사·경제굴기와 일본의 우경화,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등이 맞물리면서 미 백악관조차 이 지역을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곳”(5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런 전환기에 강대국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남북통일과 동북아 평화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외교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우리가 처해 있는 안보환경을 점검하고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부분 2014년에 동북아 정세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말과 올 초 리더십 교체를 마친 남북한과 핵심 이해관계국인 미·중·일·러 등에게 올해가 일종의 ‘탐색전’이었다면 내년은 본격적인 라운드가 시작된다는 의미에서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중국은 최근 동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자국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 군비 강화 등으로 우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정권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 숙청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체제의 불안전성이 가중되고 있다.

◆아슬아슬한 미·중 균형외교

현재 벌어지는 동북아 긴장의 큰 축은 미·중 갈등이다. 2013년 초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제를 놓고 미·중 간 협력 무드가 조성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 기조가 부각되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이슈 브리핑에서 “미국내에서 중국을 협력자로 보기보다는 경쟁자나 도전자로 보는 기류가 강화되면서 미·중 간 견제와 경쟁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 요인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안보 면에서 한·미 동맹이 필요하고, 북한 문제와 경제 분야에서 한·중 협력이 필요한 한국에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굴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한·중 관계의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진전을 통해 미·중 사이의 균형자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다소 우려 섞인 견해도 표출되고 있다. 진의가 왜곡됐다는 미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의 언급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박근혜정부의 미·중 균형외교에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불투명한 북핵·남북관계

미·중 간 갈등 격화는 단기적으로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구도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중국 스스로가 그동안 펼쳐온 한·미와 북한 사이의 대화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평가된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4일 기자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모두 북한 비핵화를 압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역내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과 미·중 논쟁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북한 이슈는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 상황도 북핵과 남북관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온건파로 알려진 장성택이 실각하면서 군부 입김이 다시 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껏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며 대화공세를 펴온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생일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이 예정된 내년 2∼4월쯤 4차 핵실험 강행 등과 같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지만 미·중, 중·일 갈등이 계속 심화된다면 중국이 북한을 미·일 동맹을 견제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해온 종래의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 동북아시아는 북한의 도발과 일본의 우경화에 따른 과거사·영토 갈등, 중국의 세력 확장 움직임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2008년 이후 매년 개최되던 한·중·일 정상회의마저 갈등의 골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동북아 각국 정상들이 집권 첫해인 올해 서로 날카로운 탐색전을 펼쳤다면 2014년에는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딜레마에 빠진 한·일 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주변 4강 중 일본을 제외한 미·중·러 등과 정상회담을 했다. 일본과는 안보·경제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지만 과거사·영토 갈등 탓에 좀처럼 한·일 정상회동의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개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상들이 만나서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고 합의할지가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아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상대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이런 답답한 국면은 해를 넘겨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아베 정권의 배려외교는 그 진정성을 충분히 인정할 만한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2% 부족한 외교’의 반복이었다”면서 “반면 아베 총리는 그동안 대단히 절제하고 양보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2014년에도 지금과 다른 외교행태를 보일 확률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국익이라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복잡한 갈등 구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일시적 감정이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외교전략과 지혜가 필요하다.

전 주일대사인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장은 최근 ‘코리아정책저널’ 기고문에서 “동북아 전체 맥락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의 국익은 주변국과 정치·외교·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하게 비대칭적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따라서 이런 복잡한 연계를 무시하고 한·일 관계 자체에만 눈을 두게 되면 큰 맥락에서의 국익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한·일 관계뿐 아니라 남북, 한·미, 한·중, 한·러 관계 등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조언이다. 동북아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치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는 의견도 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올해 우리가 개최하기로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시라도 빨리 주최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과 중국에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방지할 것을 촉구하고 3국 간 신뢰 구축 방안을 진지하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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