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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땐 은은한 수묵화 해 지면 화려한 데칼코마니

입력 : 2013-12-05 21:58:27 수정 : 2013-12-06 11: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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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도담삼봉의 초겨울 풍경 요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유행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지역 내 대표 풍경을 뽑아 8경, 9경, 10경 식으로 번호를 달아 이름을 붙이곤 한다. 이렇게 해 놓으면, 그 경치가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고 명소로 부각시키기가 용이해질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8경인데, 8경의 원조 격인 곳이 바로 충북 단양군이다. 단양팔경은 관동팔경과 함께 우리 땅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오래된 8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단양팔경을 선정한 이는 조선 중기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이다. 이미 500여 년 전인 16세기 초에 8경이 지정될 정도로 단양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단양은 경남 함양군과 함께 국립공원을 두 개 보유한 국내 ‘유이한’ 지역이기도 하다. 함양에 지리산과 덕유산이 있다면, 단양에는 소백산과 월악산이 있다. 흔히 월악산은 충북 충주와 제천에 속해 있는 국립공원으로 알고 있는데, 단양에도 상당 부분이 걸쳐 있다. 소백산과 월악산, 그리고 그 사이로 남한강이 흐르는 단양에는 8경과 함께 ‘신8경’을 지정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경승지가 널려 있다. 퇴계를 비롯해 삼봉 정도전,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등 수많은 시인·화가가 이 경치에 반해 단양을 찬미하는 시와 그림을 남겼다.

화려했던 가을이 떠나고 단양에도 이제 겨울이 찾아왔다. 며칠 전에는 소담스러운 첫눈도 내렸다. 소백산의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에는 아직도 사람 발자국 하나 없는 새하얀 눈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초겨울에도 단양 여행의 출발점은 도담삼봉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퇴계가 꼽은 단양 1경도 도담삼봉이다.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한낮에 이곳을 찾으면 자칫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

단양팔경 중 제1경인 도담삼봉은 새벽녘(사진 위)과 해거름 직후(사진 아래 )에 찾아야 그 진가를 알게 된다. 소백산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비치는 삼봉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은은한 맛이 일품이고, 어둠이 깔린 후 조명이 비칠 때는 더 생동감 있고 화려하게 느껴진다.
도담삼봉은 새벽 일출이나 해질녘에 찾아야 그 진가를 알게 된다. 이른 아침이면 남한강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거울처럼 고요한 강물 위로 봉우리 세 개가 데칼코마니처럼 반영된다. 도담삼봉 뒤로는 멀리 소백산맥이 보이고, 그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그러면 삼봉 아래 강물에 그 붉은 해의 닮은꼴도 그대로 비친다. 수많은 시인·묵객이 이 풍경을 보고 ‘선경’이라고 극찬했다.

도담삼봉은 단양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이기도 하다. 몇년 전에 이곳에 조명을 설치했다. 해거름 직후 하늘은 잠시 엷은 코발트빛으로 변한다. 이때 조명이 비치기 시작하면 이 일대는 환상적인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은은한 미색 조명을 받은 삼봉은 산수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 훨씬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도담삼봉에서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북 봉화 출신인 정도전은 외가인 단양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호를 삼봉이라고 지을 정도로 도담삼봉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정도전이 주인공인 설화도 전해온다. 강원 정선 땅에서 홍수로 떠내려 온 도담삼봉을 놓고 단양과 정선 간에 다툼이 벌어지자 소년 정도전이 나서 기지를 발휘해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단양팔경 중 2경인 석문. 돌기둥 옆 사람과 비교해 보면 그 엄청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도담삼봉 옆에는 또 하나의 절경, 석문(石門)이 있다. 단양팔경 중 2경인 석문은 도담삼봉 주차장 뒤쪽의 음악분수 앞이 입구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산길을 조금 걸으면 절벽 위에 바위 가운데가 뻥 뚫린 무지개다리가 나타나는데 이게 바로 석문이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 낸 비경으로, 석문 너머로는 푸른 남한강 물결과 강 건너 도담리 농가의 모습이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이곳 무지개 모양의 돌기둥은 그 높이가 수십m에 달해 구름다리 모양의 자연경관 중에서는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석문에 오르면 급하게 휘어져 돌아가는 남한강 물줄기, 도담삼봉의 뒷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대강면의 사인암은 단양팔경의 5경. 하늘 높이 치솟은 약 50m 높이의 기암절벽으로, 암벽에 가로·세로로 금이 가 있는데, 거대한 돌을 일부러 섬세하게 끼워맞춘 듯 느낌을 준다. 지명도는 도담삼봉이 최고지만, 사인암을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사인암 바로 옆에는 고려 말에 세워진 작은 암자, 청련암이 있다. 사인암 뒤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절벽 어깨쯤에 삼성각이라는 작은 전각이 자리하고 있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들어선 모양새는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삭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인지 그 안에 서면 더할 나위 없이 안온한 느낌을 준다.

단양=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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