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11월 내무부에 실무기획단이 구성됐고 이듬해 서울 강남구와 경기 안양·안산시, 충북 청주시 등 6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추진됐다. 이후 161개 지자체에서 산발적으로 ‘생활주소’란 이름으로 사용해오다 2007년 4월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도로명주소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4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1년 7월 도로명주소가 일제 고시되고 2012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제도의 정착을 위해 유예기간 2년을 두면서 내년 1월로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도로명주소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도로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된 서구 선진국과는 마을과 길의 형성 과정 자체가 다른 한국의 풍토에는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비롯해 국가의 전통문화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적 불명의 외국어 주소와 특정 종교와 관련된 도로명을 둘러싼 반발도 이어졌다. ‘화계사길’이나 ‘보문사길’ 등 일부 사찰 관련 도로명은 불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원상 복원되기도 했다. 급기야 대한불교청년회 등 종교단체와 문화·학계인사들은 지난 6월 도로명주소 사업이 “헌법에 명시된 전통문화 보존의무에 반할 뿐 아니라 전통문화 향유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7년간 시설물 설치와 홍보 등에 많은 예산을 들였고 법 개정을 통해 지번주소와 병행할 수 있는 2년간의 유예기간까지 둔 만큼 전면시행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행부 송경주 주소정책과장은 “지금까지 4000억원 가까이 예산이 들어갔는데 일종의 ‘매몰비용’으로 일부 문제들 때문에 원점에서 재고하라는 일각의 지적은 부적절하다”며 “제도가 전면시행된 이후 기업 등 민간 분야의 협조를 통해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서서히 활용해나가고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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