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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칼럼] 하노이에서 만난 뜻밖의 한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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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24 21:48:25 수정 : 2013-11-24 21: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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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타고 한국어 수요 폭증
교재·교사 등 다각적 지원 아쉬워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 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그곳에선 ‘한글아 놀자’란 주재 아래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하노이 소재 7개 대학과 1개 학당에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배우는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신나는 축제 한마당을 벌이고 있었다. 올해는 하노이 국립대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코이카의 후원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앞면에 예쁜 디자인의 ‘한글’이 프린트된 T셔츠를 학교별로 색깔을 달리해 맞춰 입곤 삼삼오오 활보하고 있었고 운동장에선 김밥, 떡볶이 등의 한국 음식과 베트남 전통 먹거리를 주제로 한 장터가 북적거리고 있었다. 강당에서는 한글을 주제로 한 골든벨(?) 대회가 열려 국립외국어대 학생 팀이 대상의 영광을 안았고, 행사 중간 K팝 뮤직을 배경으로 한 응원전 열기도 뜨겁게 이어졌다. 장터 앞마당에서는 한국의 전통놀이인 줄다리기에 운동장이 떠나갈 듯 함성이 울려 퍼졌고, 한국의 아이돌 가수 노래에 맞춰 집단군무(群舞)를 즐기는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하노이 국립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제자를 만난 자리에서 현지의 한국어 열풍을 생생히 전달받았다. 현재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데다 특별히 삼성전자 하노이 공장 준공이 얼마 남지 않아 한국어학과 인기는 물론이요, 한국어 자체에 대한 수요가 날로 폭증하는 중이라 했다. ‘경남 랜드마크’란 이름의 한국인 소유 빌딩이 하노이 시에선 부와 명예의 상징이고, 한국계 기업이 젊은이에겐 ‘꿈의 직장’이란 소식도 들려주었다.

그런데 한국어학과 교수로서 숨은 고민이 있으니 현지 한국어 교재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 그리하여 학생들 수준에서 한국어 교재 원본을 구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더불어 초중급을 넘어 고급 수준의 한국어 수요가 부상 중인데 고급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도 희귀하고 교재는 더욱더 희소하다는 점을 조모 조목 짚어주었다.

덕분에 대다수 학생은 교재의 복사본을 구입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어 비교적 싼 가격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함을 대다수 한국어 교사가 공감하고 있다 했다. 고급 한국어에 대한 갈망은 한국유학이나 어학연수를 통해 해소하지만 이는 물론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했다.

그렇다면 차제에 한국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재 및 한국어 교사의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길 제안해본다. 한국어 교재 가격을 현지 물가 수준에 맞춰 책정하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 차원에서 보상해주는 것은 어떨지. 정부가 주도해도 좋고 비정부 기구 차원에서 추진해도 좋되, 멀지 않은 미래 한국의 문호가 개방될 때를 대비해 미리 투자하는 차원에서 한국어 교재 보급운동을 펼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국어 교사의 부족은 은퇴한 선생님에서부터 열정을 지닌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재능 기부’ 차원에서 1∼2년 정도 현지에 머물며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인력풀 운용 프로그램 도입으로 해결함은 어떨까 싶다.

뜻밖의 곳에서 우리도 잊고 있던 한글 567돌을 기억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한 젊은이를 만나던 순간의 이색적 감동이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이 열정을 외면하지 말고 우리네와 베트남을 공고히 묶어주는 가교로 삼는 길, 중지를 모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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