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훈장은 전장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특별한 자’에게 주었지만 그 효과는 개인을 넘어 가문과 소속집단,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수훈자 선정에는 ‘뚜렷한 공로’가 기준이 된다.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간즈갈 계곡 전투’ 당시 적지에 침투해 고립된 13명의 부대원을 구하고 전우의 시신까지 수습한 병사에게 국가 최고무공훈장을 수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과거 우리의 경우는 전투도 없고 무공을 세울 기회조차도 없는데 무공훈장을 준다거나, 무공훈장과 보국훈장의 제정 목적이 다름에도 통합해 수여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 단지 장기간 근속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훈장을 수여해 오지 않았느냐고 세간에선 꼬집는다. 서훈 또한 하후상박(下厚上薄)이란 병법(兵法)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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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 |
국민의 공복으로서 33년 혹은 35년 근속은 분명 명예스러운 일이나, 국가 사회에 대한 공헌이 뚜렷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훈장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선량한 일반 국민이 4대 의무를 평생 성실히 수행한 것과 비교할 때 무엇이 다른가’라는 주장도 일리 있다. 사실상 장기근속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은 개인의 영예는 될 수 있으나,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괴리가 크다. 훈장의 본질적 취지라 할 수 있는 ‘국민에게 감동을 줘 본받도록 하자’는 취지와 달리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념할 일은 하후상박의 정신에 따라 서훈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펜타곤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 최고무공훈장 수훈자의 대다수는 초급장교, 병사, 부사관이다. 최일선 전투에서 남다른 무공을 세운 것을 높이 산 결과다. 참전 자체를 넘어 전장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무공을 세웠는가를 더 중시하는 그들의 가치관은 배울 만하다.
따라서 법과 제도를 훈장의 제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전향적으로 개선하고, 그 시행에서도 엄정을 기해야 한다. 훈장은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수단이자 궁극적으로 국가사회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의 대표적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훈장의 진정한 의미는 수훈자 개인의 당당한 자긍심과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훈장을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다.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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