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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꿈 찾아 뒤늦게 이룬 도전… “쉰세대? 부끄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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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딸과 같이 연수원 교육 받아
늦게나마 하고 싶은 일 해내 당당”
젊은시절 낙방 미련 남아 재도전도
바야흐로 평균 기대수명 80세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인생 이모작이란 말도 이젠 진부하다. 사회 전반에서 지긋한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중년이 늘고 있다. 공무원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늦깎이 공무원 합격자가 느는 추세며 이들의 다양한 경력이 눈길을 끈다. 공무원이 된 이유도 저마다 다르다.


◆중장년 합격자 증가 추세… 고용 안정 고려 선택

최근 5년간 국가직 7·9급 공무원시험 합격자 중 중장년층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14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41세 이상 국가직 7급 합격자 비율은 2009년 2.20%(13명), 2010년 3.09%(14명), 2011년 3.43%(16명), 2012년 4.23%(24명), 2013년 4.94%(31명)로 늘었다. 40세 이상 국가직 9급 합격자 비율은 2009년 1.22%(28명)에서 2010년 1.28%(21명), 2011년 3.52%(50명)로 증가하다 지난해 2.97%(60명)로 주춤했다.

서울시의 40세 이상 7∼9급 합격자 비율은 2009년 0.56%(3명)로 1%에도 미치지 못하다가 2010년 1.30%(7명), 2011년 1.75%(21명), 2012년 3.19%(2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충남도 36세 이상 7·9급 합격자 비율은 2010년 3.34%(10명)에서 올해 9.45%(75명)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북은 40세 이상 7·9급 합격자가 2009년 2명에서 올해 23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늦깎이로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로 고용·소득 안정성을 꼽았다. 경북 상주 화북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최수창(54)씨가 대표적이다. 최씨는 대구 수성구에서 7급으로 7년쯤 근무하다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 고등학교에서 사감을 하며 공부해 지난해 9급에 합격했다. 최씨는 “노후가 안정된 데다 시골에 살고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무원 연금은 근속연수 20년이 넘어야 받을 수 있다.

◆꿈을 찾아 뒤늦게 도전… 사회복지 등 전문 분야 관심

하지만 고용 안정성이나 소득 안정성이 그들이 공무원이 된 전부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공무원을 희망했거나 관심을 갖게 돼 도전하고 이내 합격한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 수성구 상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김경태(56)씨는 3년 전 딸과 대화를 나누다 공무원시험 응시 상한 연령이 폐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6년간 행정고시에 매달린 그였다. 보험설계사에서 건강보조식품 판매대리점까지 많은 일을 해봤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관직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었다. 결국 오전육기로 2011년 9급에 합격했다.

대구 수성구 상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김경태(56)씨는 2011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이정우 기자
“연수원에서 친구 딸과 같이 교육받았어요. 부끄러울 게 뭐가 있습니까.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내 당당합니다.” 김씨의 말이다.

부산 서구 암남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조중제(48)씨는 공무원인 아내의 영향으로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년을 다닌 중견회사를 관두고 3년 가까이 준비해 지난해 사회복지직 9급에 합격했다. 조씨는 “아내와 함께 청소년 재활시설을 매달 두어 번씩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 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 금암1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정천조(50)씨도 목수 일을 하다 37세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준비한 지 5년 만에 지난해 꿈을 이뤘다.

대학원 재학 중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의 집 수리 봉사활동 등을 한 게 계기로 작용했다. 올해 제주도 지방직 공무원시험 최종 합격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영아(43·여)씨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를 하며 복지행정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 사회복지직 9급에 합격했다.

육군 대위 출신으로 서울 서초구청 문화행정과에 근무하는 정혜연(35·여)씨도 “전역한 뒤 지뢰 제거 회사에 두 달쯤 다녔는데 이익을 내야 하는 사기업 특성이 잘 맞지 않았다”며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천안시청 기획예산과 정책기획팀에 근무하는 설동현(38)씨는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6년간 일한 경력이 있다.
천안=김정모 기자
◆이색 공무원들… 경력 업무에 큰 도움


공무원이 돼 제2의 인생을 사는 만큼 이들의 이력도 가지각색이다. 경험을 살려 업무를 처리하면서 동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천안 서북구청 도시건축과에 근무하는 안형진(38)씨는 ‘민원 해결사’로 통한다. 안씨가 업무를 맡은 뒤 아파트 유지·관리 관련 민원이 눈에 띄게 줄어서다. 안씨는 민원이 빗발쳐 건축직 공무원들이 가장 기피한다는 공동주택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안씨는 “공무원이 되기 전 건축설계회사에서 10년간 아파트 설계 업무를 주로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민원인들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천안시청 기획예산과 정책기획팀에 근무하는 설동현(38)씨도 안씨처럼 경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6년간 일하며 보고서나 기획서 내용을 최대한 축약했던 경험을 살려 복잡한 행정서식을 간소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서울시 인재개발원 인재기획과에서 사이버 교육을 담당하는 신모(51)씨도 일본의 전자업체인 샤프 전산실에서 5년간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청 건설교통국 교통지도과에 근무하는 방유중(44)씨는 이전에도 공무원이었다. 전남 해남군청에서 9급으로 2년쯤 일했다. 그러다 문화 혜택을 편리하게 누리고 싶어 1년 정도 수험생활을 거쳐 지난해 9급에 합격했다. 방씨 역시 이전 경력을 바탕으로 버스전용차로와 세외수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면 꿈은 언젠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전국종합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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