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 처럼 세계를 떠돌아 살거나,다문화에 노출된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가 한국에서 성장한 후,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고민했던 자아정체성에 대한 흔적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번 설치작품을 경복궁 등 서울관 주변 풍경과 연계시켜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서울이란 공간도 시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흔적들의 결집체 처럼 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5m 높이의 천장에 매달린 대형 설치작품을 볼 수 있다. ‘움직이는 조각’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조각가 최우람의 거대한 가상 기계생명체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다. 바이킹족의 배에 달린 노처럼 거대한 좌우 대칭 형태의 다리 수십 쌍과 거대한 날개를 지닌 애벌레 형상의 기계 생명체가 서서히 움직인다. 괴물처럼 변할 수 있는 현대문명에 대한 환기다. 작가는 이 가상의 생명체에 생물학자라도 된 듯이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부라’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과학과 예술의 경계 마저도 허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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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밍웨이의 ‘움직이는 정원’. 작가는 한 송이의 꽃을 지금 당장 어느 누군가에게 선물할 것을 권하고 있다. 소통은 바로 한 송이의 꽃을 누군가에게 가져다 주는, 즉 ‘움직이는 마음의 정원’에서 비롯됨을 보여주고 있다. |
리처드 플러드(미국), 앤 갤러거(영국), 유코 하세가와(일본), 이숙경(한국), 베르나르트 제렉세(독일), 푸자 수드(인도) 등의 큐레이터들이 참여했다. 선정된 작가는 킴 존스(미국), 타시타 딘(영국), 키시오 스가(일본), 리 밍웨이(대만), 마크 리(스위스), 아마르 칸와르(인도), 양민화(한국) 등 이다.
베트남전에 참전 했던 킴 존스는 전시장 벽면 가득 ‘전쟁 드로잉’을 통해 전쟁의 기운을 펼쳐보이고 있다. 전쟁에 대한 작가 개인의 트라우마일수도 있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움트고 있는 전쟁의 기운들을 개인의 심리적 드로잉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출현한 미술사조인 모노화(物派)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인 키시오 스가는 순수 자연재료와 산업용 건축부자재를 혼합하여 공간을 채우고 있다.
사물은 관계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모든 존재는 서로 상호 의존적이며 존재 그 자체는 공(空)이라는 것이다.마크 리의 인터랙티브(쌍방향 교류방식) 설치작품인 ‘1만개의 움직이는 도시들’은 관객이 컴퓨터 검색 엔진에 특정한 나라나 도시를 입력하면 전시장에 설치된 크고 작은 큐브 구조물 위에 그와 관련한 이미지와 사운드가 실시간으로 입혀져 그 지역을 통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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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목민 처럼 세계를 떠돌고 다문화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천으로 실제의 집 크기로 만들었다. |
흑백 아날로그 필름에 색을 입혀 영사기로 돌리는 11분 짜리 영상작품은 아날로그 그 자체의 느낌만으로도 감흥을 준다. 리 밍웨이는 성악가 5인이 돌아가면서 부르는 노래와 ‘움직이는 정원’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타진한다. 움직이는 정원에서 관람객들은 꽃 하나를 집어 가져갈 수 있다. 미술관 측에선 매일 꽃 송이를 가져다 보충해 줄 예정이다.
작가는 “오늘 향하는 길의 방향을 바꿔 누군가를 향해 꽃을 가져다 주라”고 말한다.예술의 진정한 가치가 뭔가를 생각케 해주는 작가다.
이번 전시들은 여러 장르가 혼합된 융복합 프로젝트인 만큼 전시실뿐 아니라 미디어랩, 멀티프로젝트 홀, 영화관 등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한편 서울관 개관을 기념해 한국화가 서세옥이 자신의 전 작품세계를 시대별로 보여주는 주요 작품 100여점을 기증한다. 또 김영중, 정탁영, 정영렬, 송수남 작가의 유족이 미술관에 작품을 대량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국립현대미술관 측에 전했다.
미술관은 기증 예정 작품들에 대한 수집 심의를 거쳐 특별전시를 통해 대중에 공개할 계획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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