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힘모아 경기회복 불씨 살려야 경제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분기 1.5%까지 떨어졌던 연간 성장률이 3분기 들어 3.3%까지 상승했다. 2011년 4분기 이후 최고치이다. 중요한 사실은 수출은 감소해도 내수가 증가해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0.9% 줄었다.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1.1%와 1.2% 증가했다. 여기에 건설투자가 2.7%나 증가해 성장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의 자립도를 높이고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을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설 것인가. 한마디로 의문이다.
우선 세계경제가 불안하다. 최근 미국정부는 부채한도 소진으로 국가부도위기를 겪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주도의 상원과 공화당 주도의 하원은 ‘부채증액’ 대 ‘작은 정부’의 싸움이 치열하다. 오랜 정쟁 끝에 잠정합의로 급한 불은 껐으나 내년 초면 다시 불안에 휩싸인다. 상하 양원이 부채한도를 놓고 또 정치싸움을 벌일 경우 미국경제는 다시 흔들린다. 이에 따른 세계경제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금융과 실물 양면에서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실로 문제는 우리 경제가 더 큰 정쟁의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반박을 하고 있다. 산적한 국정현안은 뒤로하고 지난 대선 이후 무려 열 달간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급한 경제 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혁,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과 외국인투자 촉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 외국인의 국내관광 진흥 등 다수 법안이 부동상태이다. 정치권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기는커녕 거꾸로 꺼뜨리고 있다. 지금의 경기회복세는 추경예산 편성 등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러한 경기회복을 본격적인 성장으로 이어가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다시 기력을 잃는다. 특히 세수부족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이 없어 다시 힘을 받기가 어렵다. 여기에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보통 부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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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금융경제학 |
경제민주화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여야 간 싸움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여는 대기업 옹호, 야는 대기업 비판의 단순논쟁으로 비화해 경제만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설상가상 내년 예산안을 놓고 여야 싸움은 폭풍전야이다.
정치권에 나라와 민생은 안중에 없고 정치적 이해계산만 있다. 여야는 한시 바삐 대치국면을 풀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놓고 싸울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는 등 생산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리당략을 떠나 관련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켜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고 올바르게 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국정을 펴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금융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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