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포트폴리오 요구 많아 수업 빠지고 학원행
진학률에 학교선 묵인… 당국, 실태 파악조차 안돼 경기 수원시 A중학교 3학년 교실은 10월 들어 ‘출석률 100%’를 기록한 날이 하루도 없다. 예술고·마이스터고 같은 전기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결석·조퇴생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이 학교 3학년 박세은(가명·15)양은 9일 “우리 반 정원이 39명인데, 많을 때는 15명 정도가 수업에 빠진 적도 있다”며 “학교에는 체험학습한다고 핑계 대고 학원에서 실기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달 중순부터 특목고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대부분 전기고등학교의 원서접수가 시작되면서 중학교 수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 전기 고교는 학교생활기록부 외에 실기, 면접, 포트폴리오 등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 막바지 입시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학교 대신 학원으로 등교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중학교는 특목고 등의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 출결 등 학사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학원 등교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예체능 입시업체 엠스트의 박재범 원장은 “예술중학교 학생은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말고는 하루 종일 실기 연습을 한다”며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일반중학교 학생은 2학기 수업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박 원장은 “일부 학부모는 ‘예체능계 고교에 가면 유명대학 진학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자녀를 예술고에 보내려는 경우도 있다”며 “무용과 음악 계열은 대입보다 고입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실기 전문학원 관계자도 “실기반영률이 100%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비중이 50∼60% 되는 곳도 실제 당락을 가르는 것은 실기 점수이기 때문에 매년 이때쯤이면 학교 수업을 통째로 빠지고 학원으로 바로 오는 학생이 꽤 있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입시도 정도만 덜할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원 B중학교 교사 송모씨는 “마이스터와 특성화고 인기가 점점 높아져 심하다 싶을 정도로 면접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입시를 앞두고는 면접 준비한다고 수업에 빠지고, 합격하면 합격했다고 수업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3학년 2학기는 학생지도가 무척 힘들다”고 토로했다.
내신성적과 출결 반영 기준도 학원 등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학생 선발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하는 학교 중에는 성적은 3학년 1학기까지, 출결은 9월 말까지만 평가하는 곳이 많아 전기고 지원 학생 입장에서는 10월부터 굳이 수업에 꼬박 참여할 이유가 없다.
무단 결석을 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수업에 빠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체험학습 신청원을 제출하거나 병가를 내는 것이다. 경기 김포시 C중학교 이모 교사는 “학교도 (체험학습이나 병가가 들어오면) 진짜 그런 목적으로 결석하는 것인지 확인하기는 하지만 100%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부모가 ‘내 아이 미래가 걸린 일이다. 입시에서 떨어지면 학교가 책임질 거냐’란 식으로 나오면 학교도 말리기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석 등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며 “혹시 그런 일이 있다면 그러지 않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달과 이달 초에도 교육과정이 잘 지켜지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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