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금융사와 소송 거쳐야 겨우 구제 피싱 사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가와 금융기관의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피싱 사기 피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할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 정부와 관련기관이 법적 보호망을 만들어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보안연구원이 최근 펴낸 ‘금융보안주요국 전자금융사고 책임소재 관련 법규 분석 및 시사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자금융사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파악해 일정 기간 내에 금융기관에 신고하면 피해 부담이 크게 줄게 된다.
예를 들어 이틀 내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50달러(약 5만3750원), 60일 이내에 알리면 500달러(53만7500원)만 손해를 보게 해준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독일은 13개월 이내에 피해 사실을 통보하면 피싱사기 피해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호주는 단순히 피해 사실만 알려도 기간에 상관없이 피해액이 최대 150달러(16만1250원)에 그친다. 나머지 피해액은 금융기관에서 책임진다.
선진국들이 금융사기 피해자들을 법적으로 구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자금융사기 피해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 법원이 지난 7월 2000여만원의 파밍 피해를 입은 정모(48)씨에 대해 이례적으로 금융기관의 책임을 30% 묻기는 했지만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통상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통해 금융사와 법적 책임 여부를 가려야한다. 금융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셈이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는 “오는 11월부터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지만 금융기관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소지의 조항들이 있다”며 “정부 차원의 피해자 보호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피해자 보호법안과 민간 차원의 보험 시스템이 상호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정보통신대학원 임종인 원장은 “외국 금융권의 경우 보험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어 사고처리가 쉽고 피해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 김진기 교수(경영학)는 “정부를 중심으로 수사기관, 금융기관을 연계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신종 범죄유형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런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야 기관별 복잡다양한 이해관계를 풀어나가고, 적절한 피해자 구제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