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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위 휴대전화 경쟁 달아오른다
삼성 ‘갤럭시 기어’ 140여개국 출시, 애플도 조만간 시판… 한판승부 예고
스마트폰 없이는 안 되는 ‘보조기기’… 미래시장 선도 할 지는 아직 미지수
9월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템포드롬 공연장에는 기자 등 2500여명이 운집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하는 새로운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 기어’를 보기 위해서다. 이날 무대에 오른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이 시계를 닮은 갤럭시 기어 찬 손을 들어보이자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잇는 또다른 스마트 기기의 경쟁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였다.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스마트 워치가 새로운 제품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삼성전자는 한국을 비롯한 58개국에서 갤럭시 기어를 동시에 출시했고, 이달에는 판매지역을 140여개국으로 확대한다. 애플은 조만간 스마트 워치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도 스마트 워치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갤럭시 기어
◆스마트 워치, 새로운 제품군으로 주목

삼성전자가 손목시계 형태의 ICT 기기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세계 최초로 통신 모듈을 탑재한, 손에 차는 휴대전화 ‘SPH-WP10’을 출시했고, 2009년에도 ‘울트라 슬림 워치폰’을 내놨었다.

이후 소니가 전화 기능은 없지만 스마트폰의 기능을 일부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를 내놨고, 몇몇 업체들이 이같은 콘셉트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갤럭시 기어가 새삼 주목을 받는 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입지와 시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글로벌 1·2위를 다투고 있다. ICT 기술을 선도해온 애플이 스마트 워치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먼저 치고 나온 데 대해 업계의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삼성 워치폰이 피처폰의 또 다른 형태였다면 이번 제품은 스마트폰의 변형이라는 점에서 기존 제품과는 차별된다. 아직 스마트 워치 시장이 얼마나 클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 시장에서 다시 한번 경쟁을 벌이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상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카메라


그렇다면 갤럭시 기어로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할 수 없을까. 갤럭시 기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어와 스마트폰을 동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스마트폰의 ‘보조기기’다.

특이하게도 기기 간 연동을 위해서는 기어의 전용 충전 크래들(충전기)이 꼭 필요하다. 기어의 본체에 덧씌우는 형태의 이 크래들을 스마트폰 뒷면에 가져다 대면 스마트폰의 NFC(근거리무선통신)칩이 이를 인식하고 이후 블루투스로 기어와 스마트폰을 연동하면 이때부터 사용이 가능해진다.

기기의 사용자환경(UI)과 조작방법은 단순하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좌우로 밀면 각 기능에 해당하는 커다란 아이콘이 나타나고 이를 터치하면 실행되는 방식이다. 또 메인 화면에서 스크린을 아래 방향으로 밀면 카메라 기능이, 위로 밀면 전화를 위한 번호판이 나타난다. 이같은 조작 구조는 소니가 출시했던 스마트 워치와 유사하지만, 화면의 선명도나 터치 감도는 기어가 훨씬 우수하다.

기어에 기본 탑재된 기능은 사진·동영상 촬영, 음성 녹음, 전화 걸기와 받기, 문자·일정·통화내용 확인, 만보기, 타이머, 날씨 확인, 스마트폰 찾기다.

이 중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특히 유용하다. 이동 중이거나 조깅 등 운동을 하고 있을 때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건 아무래도 번거롭다. 이럴 때 기어를 활용하면 손쉽게 원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다. 문자 확인과 일정 확인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그렇다고 이 정도의 기능을 가지고 스마트 워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삼성이 아닌 다른 개발사들이 내놓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들이다. 앱 설치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과 라인의 문자를 확인할 수 있고, 문서 보관 앱인 에버노트로 최근 PC나 스마트폰에서 작성한 문서를 확인하거나 자신이 찍은 사진을 업로드해 바로 PC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외에 건강관리 앱과 와인의 병을 촬영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앱 등이 눈길을 끈다.

워치폰의 개념이 일반인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1930년대 미국의 연재 만화 ‘딕 트레이시’
◆빠른 생태계 완성이 성공의 관건


기어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제품의 완성도나 편리함은 아직 부족하다.

여성이 손목에 차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우며, 전화 통화를 위한 스피커의 위치도 삼성이 표방하는 ‘인간중심’과는 거리가 멀다. 기어를 차고 책상에 손을 내려놓으면 스피커가 바닥에 닿아 상당히 불편하다. 기어는 전화 통화 기능을 갖췄지만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것처럼 수화음이 커, 지하철이나 버스 등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전화를 받았다간 민망해 질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메일도 확인할 수 없고, 문자나 인터넷 메신저를 확인한 후 제대로 된 답장을 할 수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들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향후 출시될 제품들에서 충분히 개선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새로운 기기의 성공을 위한 더 큰 관건은 생태계를 얼마나 빨리, 잘 만드느냐에 달렸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시장은 커지고 서드파티 앱이 늘어나면 스마트 워치는 더 쓸만한 기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스마트 워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애플 등 다른 제조사들의 스마트 워치 시장 진출은 삼성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경쟁은 시장을 키우고, 삼성은 시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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