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여야 대치 정국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이번 수사는 파괴력과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전망이다. 당장 정국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9월 정기국회와 야당의 장외투쟁 등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하조직 RO(무장인민혁명조직) 강령·규약 문건
국정원은 이날 10명에게 형법상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국토를 참절 또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한 폭동을 내란죄로 보고 있다. 반란에 대해 적용하는 죄목인 셈이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북한이 남침했을 때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공격과 파괴를 모의했다는 것”이라고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밝혔다. 실제로 국정원 수사진은 이날 오전 한 수사대상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에 앞서 ‘지난 5월 서울 모처에서 당원 130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밀회합을 했고 경기남부 지역 통신·유류시설을 파괴하려 모의했다’는 혐의를 담은 영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이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같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그 대상에는 주한미군 관련 자료와 총포탄약, 폭발물 화약 등 무기류 조달방법이 기재된 문건,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의 강령과 규약이 기재된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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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탄 저지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28일 저녁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추가로 투입돼 압수수색을 시도하려다 저지하는 통진당 관계자들과 거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국정원은 이와 관련한 이 의원의 녹취록을 확보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황 증거를 다수 지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가까이 이 의원 등 관련 인사의 움직임을 은밀하게 내사한 결과다. 지난해 통진당 폭력사태 이후 국정원 경기지부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내사를 주도했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에 대해 내사와 감청 등을 실시해 녹취록 등을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북한 찬양, 이적동조 등 혐의도 적용했다.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녹취록 말고도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에 아주 가깝게 접근한 것이 있기에 (수사팀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속·간결하게 수사 진행될 듯… 정국 파장
국정원은 이날 전격적이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향후 수사도 간결하게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관망 중인 진보사회 단체의 역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가 사라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뜩이나 피로도가 커지는 장외투쟁이 관심 분산으로 동력이 떨어지게 되면 대치 정국에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지난해 종북 논란에 이은 분당 사태까지 겪었던 통진당은 이 의원 등의 혐의가 입증되면 생존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정치권에서의 영구 퇴출은 물론 조직 자체가 와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번 수사가 혐의 입증에 실패하거나 늘어지게 되면 국정원은 물론 여권 전체가 역풍을 맞아 코너에 몰릴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경색 국면 전환과 야당 압박을 위해 국정원을 앞세워 ‘공안 정국’ 조성을 의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정원 자체가 아닌 외부 주도의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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