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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증세와 복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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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19 21:04:16 수정 : 2013-08-19 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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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은 보편적 복지국가 첫 단추
성장·복지 선순환 방향으로 나아가야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극심한 논란이 일고 있다. 내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중산층인가 하는 불만과 복지는 좋은데 ‘내 주머니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 파동은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과연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가’ 라는 점이다. 지난해 총선·대선을 거치면서 한국은 급속도로 보편적 복지국가로 이행하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기초연금 등이 보편적 복지의 근간이다. 공약한 복지에 새 정부 5년간 13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재원조달을 위한 공약가계부까지 발표했다. 공약가계부는 세수 증대로 51조원, 지출 구조조정으로 84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수 증대에는 비과세 감면 정비로 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원을 마련하고 지출 구조조정에는 의무지출 3조원, 사회간접자본(SOC) 12조원, 복지 13조원 등으로 돼 있다. 이 중 비과세 감면 정비 관련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오정근 전 고려대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도 한계를 보이고 지출 구조조정은 더 큰 문제다. 의무지출 감축도 여의치 않고 SOC 감축은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어떻게 치르느냐고 여당에서 난리가 났다. 지방 167개 공약 추진을 위한 124조원의 지방공약가계부의 재원조달은 미정인 상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세목 신설과 세율 인상 없는 비과세 감면 정비는 증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은 사실상의 증세로 보고 있다.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선택은 두 가지다. 복지공약 우선순위별 재조정과 국채 발행이다. 그러나 국채 발행은 국가부채 증가로 위험하다.

그러면 보편적 복지 시대를 맞으면서 어떤 세제가 바람직할 것인가. 새정부는 한국이 보편적 복지국가로 이행하는 첫 정부다. 공약의 굴레에 얽매이기보다는 올 세제개편이은 복지국가로 가는 첫 단추이므로 잘 꿰어야 한다. 첫째, 보편적 복지에도 불구하고 세제는 고소득층에 중과하는 선별적 과세로 1970∼80년대의 북유럽과 현재의 남유럽 경우다. 그러나 이 경우 저성장과 재원 부족으로 국가부채 증가를 가져왔다.

둘째, 세원은 넓게, 세율을 낮게 하는 보편적 세제다. 1990년대 복지개혁 이후의 북유럽 경우다. 법인세는 낮게 해 성장을 추구하면서 소비세는 높게 하고 소득세는 국민개세주의 원칙하에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추세다. 보편적 복지 시대에는 국민 누구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복지와 재정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종국적으로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이 받게 함으로써 높은 부담률에도 저항이 적게 된다. 북유럽은 이러한 개혁으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 현재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은 적자로 세금 지원 없이는 존속이 어렵다. 국민연금도 2050년에 고갈될 전망이다.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도 2040년이면 1650만명으로 늘어나 하위 70%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경우 지급액이 2040년에는 271조원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보편적 복지로 인해 2030∼40년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과 예산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각각 20%, 60%에 이르러 사실상 유지가 어렵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90%에 육박해 국가부도 위험 우려가 있다.

결국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복지제도와 조세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단순히 새정부 5년만 보지 말고 긴 안목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노사정은 물론이고 정치권, 시민단체가 광범한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복지제도와 조세체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초석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정근 전 고려대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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