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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마냥 ‘착한 것’만은 아니다”

입력 : 2013-08-09 21:13:45 수정 : 2013-08-09 2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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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의미 자원봉사는 일자리 줄이는 결과 낳고
난민캠프 물품 지원은 현지주민과 역차별 불러
다나카 유 지음/김영애 옮김/소복이 그림/돌베개/9000원
자원봉사도 고민이 필요해/다나카 유 지음/김영애 옮김/소복이 그림/돌베개/9000원

‘좋은 일’, ‘자기희생’, ‘강제 노동’, ‘무보수 노동’, ‘스펙 쌓기’ 등 자원봉사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활 속 사회 참여로서의 자원봉사를 강조하는 책이다. 오랫동안 반핵·평화·금융·환경 등 다양한 NGO 활동에 참여하며 좌충우돌한 저자 다나카 유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언어로 자원봉사의 이모저모를 이야기한다. 자원봉사를 망설이게 되는 의심과 편견에서 출발해, 활동하면서 빠지기 쉬운 함정과 모순을 살펴보고, 자원봉사를 개인적인 불행이나 선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는 다른 접근법을 제안한다.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원봉사 방법을 소개하기 전에, 자원봉사를 매개로 세상을 대하는 시각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고민하도록 만드는 힘이 이 책의 최대 미덕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원봉사는 ‘자발적으로 돕는 것’이므로 정말로 자신이 좋아서 해야 하며, 마지못해 하게 된다면 금방 지치게 되고 상대방에게도 실례가 된다. 처음에는 칭찬받고 싶다는 마음처럼 ‘불순한’ 의도로 시작해도 괜찮지만, 계속해 나가면서 상대방의 입장에 서야 하고, 마침내는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자기 나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한층 깊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원봉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차가운 사람’인 것은 아니다”며 ‘자원봉사 하지 않을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원봉사도 고민이 필요해’는 자원봉사를 해 보기도 전에 갖는 편견과 오해를 조목조목 짚어내고,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겪는 시행착오와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청소년들에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 주고 실질적인 참여 방법도 제시한다.
나아가 책은 실제로 활동하면서 겪게 되는 모순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빈 캔 줍기, 쓰레기 치우기 등은 사실 음료회사를 위한 무보수 노동이고, 외양만 깨끗해진다고 해서 근본적인 환경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매섭게 지적한다. 애초의 선의와 다르게 문제를 일으키는 자원봉사의 사례도 줄줄이 제시한다. 행사 스태프나 도서관 자원봉사에서 자원봉사는 ‘무보수’라는 의미로 쓰이며 정규직원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해외 아동 일대일 후원은 지역 사회에 불평등을 낳고, 헌 옷 보내기는 개도국의 공업화를 가로막는다. 난민캠프 지원은 캠프 바깥의 농민들이 역차별을 받게 되는 일을 초래하며, 재해 자원봉사는 남이 의존하는 데 만족감을 느끼는 봉사자와 의존심이 강한 피해자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처럼 책은 자원봉사를 둘러싼 장밋빛 환상을 벗겨 내고 구체적인 자원봉사 활동을 둘러싼 문제와 한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독자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나눌 것을 제안한다.

자원봉사를 중심에 두고 우리의 삶과 세상에 대해 요모조모 생각하며 읽어나가다 보면, 마지막에 부록인 ‘참 쉬운 자원봉사 활동 가이드’와 만나게 된다. 부록은 “방학 동안에 봉사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마땅히 할 곳이 없네요.” “그동안 점수 채우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요. 이제부턴 형식적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등의 의문에 대한 실용적인 팁을 제공한다.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의 사례가 곁들여진 부록을 참조하면, 자원봉사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을 듯싶다. 만화가 소복이가 책 곳곳에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카툰을 그렸다. 정치학자이자 풀뿌리 시민운동가 하승우는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이 책의 의미를 분명하게 되짚어 줄 만한 해제를 덧붙였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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