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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人 Zoom In] 女배구 10년차 베테랑 황연주

입력 : 2013-07-12 23:41:06 수정 : 2013-07-12 23: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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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요? 내 배구인생 이제 4세트"
득점·서브 등 4개부문 통산 1위…토종선수 첫 트리플 크라운도
무릎 재활 위해 체력운동 매진…"이번 컵대회서 진가 보여줄 것"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베테랑의 위치는 참 애매하다. 베테랑의 풍부한 경험은 팀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하면서도 그들이 잠시라도 부진하면 “이제 한물갔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등의 달갑지 않은 말들이 쏟아진다.

여자 프로배구가 낳은 스타 중 한 명인 현대건설의 황연주(27·사진)가 꼭 그런 처지다. 2005년 V-리그 출범 당시만 해도 갓 스무 살이던 그도 어느덧 프로 10년차로 팀 내 최고참이 됐다. 20일 시작되는 한국배구연맹(KOVO) 컵 대회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황연주를 10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건설 선수단 숙소로 찾아갔다.

황연주는 지난 시즌 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2010년 첫 FA 때만 해도 모든 구단들은 부동의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인 황연주에게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원소속 구단 현대건설과 조용히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첫 FA 때는 기대하는 것도 많았고 주변에서 러브콜도 많았다. 아무래도 제 이전 연봉이 높다보니 다른 팀에서 높은 보상금 때문에 주저한 것 같아요.” 황연주는 이번 FA계약을 통해 연봉도 1억85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깎였다. 프로선수에게 연봉은 곧 자존심이다. “저도 사람인데 어찌 속상하지 않겠어요?”

이번 FA 시장에서 황연주에 대한 관심이 시큰둥했던 이유는 지난 시즌의 부진 탓이다. “시즌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졌죠. 그렇다보니 세터와의 호흡에도 다소 문제가 생겼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잖아요.”

황연주의 무릎은 성치 않다. 몇 차례 수술로 신인 시절 엄청났던 점프력이나 순발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프로배구 초기에 도입했던 백어택 2점제로 혹사당한 게 주된 이유다. 황연주는 “완치가 없는 제 무릎에 대해 2점 백어택 제도 때문이라고 하지만, 제가 유명해진 것도 백어택 덕분이죠. 제 무릎이 아픈 만큼 명예와 부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훈장인 셈이죠”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무릎 재활 때문에 체력 운동에만 매진하다 공으로 훈련한 것은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이번 컵 대회에서도 제대로 못하면 ‘얘 진짜 맛이 갔구나’라며 수군댈 텐데 그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황연주에게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팬들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다. 지난 시즌 한창 부진할 때도 팬들은 “그래도 믿는다”라며 응원해줬다고. 어쩔 땐 그 고마움에 눈물이 날 정도란다.

프로 원년 멤버인 황연주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다. 득점(3510), 공격득점(2966), 후위 득점(876), 서브(284) 부문 통산 1위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에 대해 묻자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제가 토종 선수 중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 백어택, 서브에이스, 블로킹 3개 이상)을 최초로 달성한 거요. 지금도 토종 선수 중에는 저랑 (김)연경이밖에 없어요.”

최근 황연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선 것. 지금까지 수없이 큰 경기에서 뛰었음에도 엄청 떨렸다고 한다. “연습할 때 칭찬도 많이 받았는데, 막상 마운드에 서니 왠지 타자를 맞힐 것 같아 무서웠다. 배구가 코트에 공을 내리꽂는 운동이잖아요. 그래서인지 땅바닥에 공을 패대기치고 말았어요.”

‘꽃사슴’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황연주는 여자배구의 대표 ‘얼짱’이다. 손연재(체조), 기보배(양궁), 정다래(수영)와 함께 런던올림픽 4대 얼짱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배구팬 사이에서는 곽유화(도로공사) 등 20대 초반의 새 얼짱들이 주목받고 있다. “저도 여잔데 서운하죠. 그래도 아직은 어린 선수들보다는 나이 많은 언니들이 이쁘지 않아요?”

황연주도 이제 20대 후반이다. 앞으로 남은 선수생활이 지금까지 해온 나날보다는 짧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구 인생 마무리에 대해 “몸이 허락한다면 오랫동안 선수로 남고 싶어요. 역할이 작아져도, 한두 명의 팬이라도 지켜봐준다면 끝까지 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세트로 비유해달라고 하자 “3세트는 지난 것 같고, 4세트 초반쯤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아직 만족을 못하지만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는 성공적인 배구인생”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용인=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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