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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매력' 스크린을 홀리다

입력 : 2013-01-18 01:29:52 수정 : 2013-01-18 01: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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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 Mikkelsen: 덴마크 국민배우 ‘더 헌트’로 칸서 남우주연상 거머쥐어 “컬트적인 매력을 가진 약간 기이한 섹스 심벌.”

덴마크 국민배우 마스 미켈센(47)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묘사다. 누군지 선뜻 얼굴이 안 떠오른다면 ‘007 카지노 로얄’의 인상적인 악역 르 치프레를 기억해내면 된다. 이 영화에서 한쪽 눈에 흉터를 지닌 채 잔인한 무표정을 유지한 그의 모습은 관객의 뇌리에 아로새겨졌다.

국제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그가 최근 ‘혁명가’ ‘유치원 교사’로 변신해 연달아 관객과 만난다. 미켈슨은 17일 개봉한 ‘더 헌트’에서 작은 오해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남성을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앞서 지난달 27일 개봉한 덴마크 사극 ‘로얄 어페어’에서는 왕의 주치의로 분했다. 

◆무용수 출신의 덴마크 국민배우


미켈센은 처음에 악역이나 어두운 영웅 역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로얄 어페어’의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은 “그는 종종 안대를 하거나 흉터 난 얼굴로 연기했다”고 전한다.

“미켈센은 로버트 드 니로와 약간 비슷한 커리어를 갖고 있어요. 어딘지 불량하고 반항적이고 조금 위험한 남자로서 연기를 시작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러 덴마크 영화에서 로맨틱한 주인공이나 심지어 코미디도 하게 됐어요. 그는 지금 덴마크 최고 스타입니다.”

그의 배우 데뷔는 보통보다 늦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인 그는 20대에 8년간 전문 무용가로 일했다. 한때 미국 뉴욕의 마사 그레이엄 현대무용 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 시절 “창살이 있고 전선이 늘어진 좁은 지하방에서 무용가·예술가 등 12명 정도가 함께 지냈다”고 한다.

배우가 되려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 춤에 담긴 드라마를 사랑하다가 아예 ‘내내 드라마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국립연기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30살이 돼서야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강렬한 데뷔작 ‘푸셔’(1996년)의 조연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그는 저예산 영화 ‘발할라 라이징’부터 ‘타이탄’ 같은 블록버스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미켈센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미남은 아니다. 날카로운 얼굴선과 튀어나온 광대, 메마른 피부와 세밀한 주름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매력이 있다. 183㎝의 키에 무용으로 다져진 우아함도 충성스러운 팬을 불러모으는 요인이라고 언론들은 설명한다. 덴마크 팬들은 수년간 그를 가장 섹시한 배우로 선정했다.

올해 그는 미국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악역 연기에 도전한다. 미국 NBC 드라마 ‘한니발’에서 한니발 렉터 박사를 연기하게 됐다. 이 TV 시리즈는 영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이 연쇄살인을 저지르기 이전 시절을 그린다.

위쪽부터 마스 미켈센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007 카지노 로얄’의 악당 르 치프레, 마스 미켈센에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더 헌트’, 덴마크 왕실 스캔들과 좌절된 개혁을 그린 ‘로얄 어페어’.
◆칸 남우주연상 안긴 ‘더 헌트’


주로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였던 미켈센은 ‘더 헌트’에서 온유한 유치원 교사 루카스로 변신했다. 루카스는 이혼 후 고향마을로 내려왔다. 친구집 싱크대의 컵 위치까지 알 만큼 좁은 곳이다. 이혼 소송만 빼면 모든 게 순조로웠다. 외아들은 곧 함께 살 예정이고 여자친구와는 갓 사귀기 시작했다. 죽마고우들과 사냥 후 술잔을 부어가며 진한 우정을 나눈다. 행복감이 고조되는 찰나, 유치원 소녀의 작은 거짓말로 모든 게 산산조각 난다. 가장 친한 친구의 딸이 그를 아동 성추행범으로 묘사한 것. 마을 사람들은 그를 벌레 보듯 하고 친구들조차 등을 돌린다.

미켈센은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루카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처음의 얼떨떨함에서 당혹감·억울함·배신감으로 변해가는 감정선을 잘 잡아낸다. 켜켜이 쌓이는 괴로움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성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당당해지려는 루카스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집단주의에 빠진 마을 주민들의 냉대와 폭력은 가혹하기만 하다.

토마스 빈데르베르 감독은 적대적으로 변하는 마을의 공기를 작은 눈빛과 잠깐의 행동들, 뒤이은 폭력으로 촘촘하게 보여준다. 꽉 짜인 연출로 영화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시키며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이 영화로 칸 남우주연상을 탄 미켈슨은 수상 직후 “영화에 공을 돌려야 한다”며 “평범한 영화로 후보에 지명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감독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사실인 양 강하게 믿고 행동에 영향을 받는 ‘거짓 기억 증후군’에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로얄 어페어’는 덴마크의 실제 역사를 영화화했다. 정신적으로 쇠약한 왕 크리스티안 7세와 정략결혼한 왕비, 왕의 주치의이자 계몽주의자인 스트루엔시가 삼각관계에 놓이는 내용이다. 미켈슨은 개혁에 좌절하지만 훗날 덴마크 근대화의 씨앗이 된 스트루엔시를 연기했다. 영화는 왕실 스캔들 자체보다 계몽주의에 눈뜬 왕비와 스트루엔시가 봉건적인 덴마크를 바꾸려는 시도에 초점을 맞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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