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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광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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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16 17:46:36 수정 : 2012-02-16 17: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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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케이지 ‘러브 미 텐더’ 저음으로 열창 데이비드 린치의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1990년도 칸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 역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러브스토리 사이로 과도한 폭력과 성적 이미지들이 난무했던 영화는 이후 ‘로스트 하이웨이’에서 다시금 교류하는 소설가 베리 기퍼드의 원작으로부터 시작된다.

참고로 니컬러스 케이지가 ‘자유의 상징’이라며 입고 다니는 뱀가죽 재킷은 자신이 직접 공수해 온 것이며, 영화 속에 함께 등장하는 로라 던과 다이앤 래드는 실제 모녀간이기도 하다. 기타노 다케시 또한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이 영화의 팬을 자처하기도 했다.

야성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 커플 세일러와 룰라는 자신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나고, 어떻게든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룰라의 어머니는 탐정 조니와 마피아 산토스에게 세일러를 추격해 죽일 것을 부탁한다. 이들이 잠시 텍사스에 정착했을 때, 이후 별개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미스터리한 혼혈여성 페르디타와 무서운 잇몸을 드러낸 바비 페루가 불길하게 접근해 온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슈트라우스의 ‘저녁 노을에’가 이 감정 과잉의 러브스토리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영화에도 직접 출연하는 스피드메탈밴드 파워매드의 ‘슬로터 하우스’는 격렬한 상황에 줄곧 삽입됐으며, 조니의 테마 격인 뎀의 ‘베이비 플리즈 돈 고’는 마치 그의 앞날을 예견하는 것처럼 스쳐갔다. 주유소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글렌 그레이의 ‘스모크 링’, 그리고 한밤중의 고속도로에 흐르는 크리스 아이작의 ‘위크트 게임’도 꽤 운치 있다. 5년 후 두 주인공의 재회 장면에 깔리는 안젤로 바달라만티의 ‘다크 스패니시 심포니’의 스트링 버전과 밴드 버전 모두 아름다운 순간을 제공한다.

니컬러스 케이지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들을 직접 불렀다. 메탈밴드의 연주를 멈추고 노래하는 세레나데 ‘러브 미’, 그리고 결혼할 여자에게만 불러주겠다는 ‘러브 미 텐더’를 훌륭한 저음으로 열창했다. 데이비드 린치 영화로는 매우 드문 해피엔딩을 이 노래가 장식한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뭔가 가득 토핑이 얹혀진 느낌이었다.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수많은 은유들이 그랬고, 기이한 캐릭터들의 배치가 그랬다. 폭력과 성, 그리고 로큰롤이라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들만으로 꽤 악몽 같은 환영을 완성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쉴새없이 들이마셔대는 클로즈업된 담배, 그리고 화염은 마치 하나의 생명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룰라의 아버지를 불태워 죽인 재앙의 근원이기도 했다. 삶과 죽음은 이렇듯 한끝 차이다.

직설적이었고, 때문에 순수했다.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원천 삼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야생의 사랑은 강렬하고 또한 낯설었다.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게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이 때문에 매 순간을 후회 없이 모조리 불태워 버렸던 이들의 기이한 신념은 이상한 지점에서 우리를 수긍시켰다. 유쾌하면서도 고독하고, 유아적이면서도 진지했으며, 심각한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고 있었다. 우아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신비롭지만 꽤 일상에 닿아 있던 이 과잉덩어리는 한편의 웃을 수 없는 코미디 같았다. 어슴푸레하게 사고를 정지시키는 이 위험한 사랑은 일순간 당신을 엄습한다.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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