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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고양이’ 이이림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인터뷰)

입력 : 2011-09-29 13:53:36 수정 : 2011-09-29 13: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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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대학로에서 공연되며 인기연극으로 자리매김한 ‘옥탑방 고양이’(제작 악어컴퍼니)에는 잘생긴 주인공보다 더 눈길을 끄는 멀티맨 이이림(31.사진)이 있다.

오프닝 무대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멘트를 날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꼬리를 달고 나타나 “야옹~”거리는가 하면(고양이 뭉치 역), 상경한 딸을 걱정하는 시골 아버지에서 금세 문을 따는 열쇠수리공으로, 그리고 사랑을 꿈꾸는 순박한 게이친구 역할까지. ‘옥탑방 고양이’에서 가장 바쁜 배우 이이림은 관객들로부터 그래서 더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는다.

지난 주말인 24일, 늦은 공연을 마친 그를 만났다. 하루 3번 공연에 땀을 흠뻑 흘린 후였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연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피곤한 기색은 말끔히 사라진 듯 보였다.

1979년생인 이이림은 지난 2008년 배우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인 28세에 연극계에 입문했다. 순천향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어 인디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음향엔지니어 공부도 하느라 조금은 늦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스스로도 “작품복이 참 많다”고 할 정도로 이이림은 짧은 경력이지만 걸출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기본기를 탄탄히 다졌다. 2008년 극단 연우무대의 ‘칠수와 만수’로 데뷔한 그는 ‘쉬어 매드니스’(제작 뮤지컬헤븐)에서 미용사 조지 역할을 맡아 연극계에 존재감을 알렸다. 2009년에는 ‘격정만리’(극단 파발)란 작품으로 ‘제27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 저력도 보여줬다.

“‘옥탑방 고양이’에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많은 분들이 원래 코믹전문 배우인 줄 아세요. 하지만 이전에는 꽤나 진지한 연기도 많이 했어요. 얼마 전 공연한 ‘청춘밴드’(제작 조은컴퍼니)에서는 리더로서 전형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뮤지션을 연기했었죠.(웃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자신의 성격이 ‘명랑하고 개구지다’고 표현한 그는 마치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무대에 오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옥탑방 고양이’가 인기연극으로 자리 잡자, 이이림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팬클럽까지 생겼다.

“연극하면서 팬클럽까지 생기기 쉽지 않은데 고마울 따름이죠. 요즘은 ‘보보족’이라고 해서 한 연극을 '보고 또 보는' 관객들도 생겨났어요. 한 달에 많게는 20번, 평균 10번 정도 공연을 보러 오시는 팬들이 계시죠.”

‘옥탑방 고양이’에서 이이림과 같은 멀티맨을 연기하는 배우는 총 4명. 자신의 얼굴이 워낙 평범하다고 생각돼 연기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매일 옷을 갈아입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오랜 연습으로 정작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의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모두 자신이 떠맡다 보니 그게 더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첫 공연날, 지인들 다 모셔다 놓고 무대에 올라 오프닝 멘트를 하는데 너무 떨어서 다 망쳤어요. 정작 연기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사람들 앞에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공연 초반에는 오프닝, 클로징 멘트 안 하겠다고 우긴 적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무대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조금 더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길 바란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이림이란 배우도 마찬가지일 것. 하지만 무대만은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처음 연극을 시작한 이유도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소속사를 잡고 더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그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 거예요. 사실 연극만 해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럼에도 왜 계속 연극을 하냐고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아보고 나면 그런 소리 못하실 걸요?(웃음)”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성실히 차근차근 연기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배우 이이림.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는 그에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앞으로는 연극무대 경험과 좋아하는 음악을 결합한 뮤지컬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대학로에서 배우는 나이보다 지금 현재 어떤 작품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일인 연기를 쉬지 않고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배우 이이림이 출연하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SM틴틴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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