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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알제리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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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4-28 20:56:36 수정 : 2011-04-28 20: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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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물고 물리는 폭력의 환멸 1950년대 무렵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꾀하던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의 격렬한 투쟁을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 걸작이 바로 ‘알제리 전투’다.

영화는 5년여에 걸쳐 수집한 수많은 증언과 기록들, 8만명의 알제리 시민, 그리고 알제리 군대의 협력을 얻어 철저한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종주국인 침략자 프랑스가 숨기려 했던 폭력의 역사는 이탈리아 감독 질로 폰테코르보에 의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반파시스트 유격대로 싸웠던 경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외치던 프랑스 또한 다른 여러 국가들을 식민통치해 왔는데, 이런 내용의 영화를 이탈리아가 제작해 들춰내는 것은 마치 프랑스도 순수한 피해자만은 아니라며 비웃는 듯한 뉘앙스를 줬다. 게다가 2차 대전 당시의 프랑스 레지스탕스 영웅을 알제리로 파견해 해방운동을 근절하려는 전략은 그야말로 역사적 아이러니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영화의 제작자이자 배우로도 출연하고 있는 야세프 사디는 실제 알제리의 독립운동 당시 지하조직을 지도한 인물이었다. 그는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기관총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특정 국가나 국민을 심판하자는 내용이 아닌, 전쟁과 폭력의 공포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의 언급처럼 결국 영화는 끝없이 물고 물리는 폭력의 환멸을 담아냈다.

즉 프랑스 군대의 잔혹함뿐만 아니라 알제리 민족전선 자체의 숙청, 그리고 여성이나 아이를 이용한 보복 폭탄테러 또한 여과 없이 같은 시각으로 투영해낸 것이다. 영화는 소재의 화제성과는 별개로 훌륭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 또한 절찬되면서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 때문에 관객의 정치적 노선과는 별개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위대한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공연에서도 ‘알제리 전투’의 테마는 항상 연주돼왔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도 삽입된 바 있는 ‘알제 노벰버 1, 1954(Algiers November 1, 1954)’와 ‘더 배틀 오브 알제 마치(The Battle of Algiers March)’는 스네어 리듬을 강조하면서 군악대조의 긴장감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긴박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프랑스의 희생자들과 알제리의 희생자들을 비추는 각기 다른 장면에서는 서글픈 멜로디로 이루어진 ‘토처스(Tortures)’를 똑같이 배치하기도 했다. 이는 영화가 두 진영을 평등하게 묘사하려 했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니까 본편에서 오직 음악만이 양 국가의 희생자들을 공평하게 슬퍼해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음악적 테마를 프랑스 대 알제리로 나뉘어 놓은 것이 아닌, 싸우는 자들과 희생당한 자들로 분류해 놓은 셈이다. 영화의 뜻과 그 궤를 같이하는 훌륭한 음악적 효용이라 하겠다.

무려 132년간 이뤄진 프랑스의 식민지배로부터 결국 알제리는 독립을 완수해냈다. 만일 혁명이 실패했다면 이 봉기는 단순한 ‘테러리즘’ 정도로 프랑스 역사 한 구석에 짧게 서술됐을지도 모른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물론 ‘테러와의 전쟁’이라 칭했던 아프간, 그리고 이라크 전쟁 역시 머지않아 다른 시점으로 그려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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