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록커는 영원한 록커…“‘서시’ 따라 부르는 日팬에 감동”

신성우는 어느새 ‘중견 연기자’의 입지를 굳혀가는 중이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그리고 매년 전시회를 여는 조각가로, 쉴 틈 없는 시간에도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스스로 즐겁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느낄 수 있는 배우·스탭들과의 호흡, 긴박한 촬영 스케쥴로 인한 긴장 그리고 매회 시청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중들의 관심은 그 어떠한 작업보다 보람되고 활기가 넘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이하 즐나집)에서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위험한 남자, 두 여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남자 ‘이상현’으로 살아온 3개월 여 간의 시간은 여느 때보다 뜻깊다. 정극과 시트콤에 이어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이 컸다. 작가로부터 ‘신성우가 아니면 어울리는 배우가 없다’고 강력한 추천을 받은 것도 한몫했다.
“나는 스스로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요. ‘즐나집’은 처음 6회까지 대본을 읽고 그야말로 작가의 재량에 감탄을 했죠.”
‘즐나집’은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남녀 관계를 통해 인간 내면 깊숙한 욕망을 치밀한 심리 묘사와 흥미진진한 연출로 펼쳐내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색다르면서도 완성도 높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연출, 김혜수(김진서 역)를 비롯한 황신혜(모윤희 역), 신성우(이상현 역) 등 배우들의 호연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애청자들을 양산했다.

“내복 입고 강추위와 싸워…아내로서는 김혜수보다 이의정”
‘즐나집’ 촬영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정말 강추위에 촬영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영하 12도는 기본이고 대사를 못할 정도로 입이 어는데, 평생 살면서 내복을 입은 건 처음이었죠. 발열 내복이라고 해서 사봤는데 사자마자 뉴스에서 ‘효과 없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드라마 초반에는 두 개의 뮤지컬과 병행하느라 그야말로 촌각을 다퉜다. 내복 착용뿐만 아니라 수면제 복용도 해야 했다. 대본이 갑자기 나오면 다음 상황과 연결을 시켜야 하는 만큼 긴장이 돼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는데, 상황과 정황을 일일이 설명해준 감독의 도움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는 그는 드라마 촬영하는 3개월이 그야말로 정신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두 여자의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다소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비춰졌던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극 중 다소 상현이 우유부단하게 그려진 것에 대해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며 “더 멋있을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내게는 '지독한 캐릭터'였다”고 했다.
부부로 출연한 김혜수와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일을 향해’라는 곡으로 데뷔했던 그 시절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토토즐)에 출연하며 당시 배우 최민수와 MC를 보던 김혜수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는 김혜수에 대해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이 있으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황신혜는 과거 ‘위기의 남자’에서 함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경력이 있어 더욱 편했다. 나이대도 비슷해 셋은 드라마 촬영 전부터 남다른 팀워크를 다졌고, 김혜수와 황신혜는 신성우가 출연한 뮤지컬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이상형에 가깝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릴 때나 이상형 찾는 거지, 그런 거 없다”며 “사람이 갖고 있는 매력은 다 다른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가 흘러나왔고, 극 중 아내였던 김혜수 캐릭터는 어떠느냐고 묻자 “너무 남편을 피곤하게 하는 것 같다. 오히려 동생으로 출연한 이의정 스타일이 아내로서 더 좋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한번 록커는 영원한 록커…“‘서시’ 따라 부르는 日 팬에 감동”
가끔 팬들은 신성우에게 ‘새 음반은 언제 내느냐’고 질문을 하곤 한다. 드라마나 뮤지컬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것에 비해 가수로서의 신성우를 만난 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신성우에게는 예술의 장르를 나누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래나 연기, 조각 등 모두 인생을 담는 그릇일 뿐”이라는 그는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며 “사람들이 드라마 속 나를 보면서 ‘저 사람, 가수구나’ 생각하는 게 싫어서”라고 말했다.
몇 년간 일본에서 콘서트와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며 한류 팬층을 형성해 온 그는 최근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을 하나 꼽았다.
“예전에 일본 콘서트에서 말도 안 되게 ‘서시’ 가사를 까먹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3000명의 일본 팬들이 그걸 다 부르더라고요. 나중에 가사가 기억이 났는데도 안 부르고 듣고만 있었죠, 부동자세로. ‘아, 이게 인생이구나’ 싶었어요.”
대학 때 조각을 전공한 그는 매년 지인들과 조각 전시회를 연다. 조각가나 가수, 연기자가 되지 않았으면 무엇을 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요리사나 기장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 네덜란드 항공을 탔는데 당시 비행기가 연착된 상황이었다”며 “기장이 농담을 하더라. ‘늦어서 죄송합니다. 후진을 해야 하는데, 뒤가 안 보이는군요. 고객님, 고개 좀 치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노래하는 기장이 되면 좋겠다 싶었다”고 했다.
오랜 세월 연기와 노래, 조각 등 세 가지를 병행해온 그에게 또 다른 새로운 계획이 있을까. 그는 “언젠가 한국 뮤지컬계의 좌표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모두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아 브로드웨이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하는 일이 없어요.”
신성우의 노래와 연기, 조각 외에도 기획자 혹은 연출가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기다리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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