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와 닮았어요, 이 캐릭터.”
여전히 소년 같은 모습이다. 늘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다소 인내심을 요구하는 느릿한 말투까지, 순박하고 차분하며 때론 지나치게 친절하기까지 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멋쩍은 표정과 함께 호탕하게 웃거나 마땅한 답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한참을 생각에 빠져 고민했다. 영화 ‘초능력자’로 돌아온 배우 고수(32)는 그렇게 극중 인물 ‘임규남’과 닮아 있었다.
고수는 이번 영화에서 '초인'(강동원 분)의 초능력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남자 '임규남'을 맡았다. 그는 “규남이는 나와 닮은 점이 많다”며 “욕심이 없고 여유로우며 열심히 일만해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까지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이은 인터뷰로 강행군을 하면서도 “인터뷰를 함으로써 나의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특유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초능력자’는 톱스타가 한명도 아닌 두 명씩이나 주연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일단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데는 성공한 듯 보인다.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 고지를 점령했다. 그는 “제작 초기부터 너무 기대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 부담이 많았다”며 “흥행 결과보다는 내가 연기를 했다는 자체, 개봉했다는 자체로서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제가 맡은 규남이는 저와 닮은 점이 있어요. 욕심이 없는 친구라 다급하지 않고 여유로워요. 또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고 일만 열심히 해서 세상 물정도 모르죠. 아는 것만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캐릭터에요. 아, 실제 성격이 좀 잔잔한 편이거든요. 그래도 제가 말은 이렇게 느리지만 일할 때는 집중도도 높고 행동도 빠르답니다.”
그는 극중 상대역이 강동원이라는 소식을 듣고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고수는 “동원이는 초능력자로 정말 잘 어울린다”며 “범상치 않고 간지도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동원이 연기한 '초인'은 눈빛만으로 사람들을 인형처럼 조종하는 인물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한 삶을 살아가지만 임규남을 만나면서 잔혹한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싸우는 장면에서 열심히 힘들게 촬영했는데 화면에 많이 안 나온 것 같아 아쉬어요. 촬영하면서 많이 깨지고 다쳤는데 그 때마다 모니터 앞에 편히 앉아 있는 동원이를 볼 때마다 얄밉고 부러웠죠.”
군 제대 후 영화 ‘백야행’과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출연한 고수는 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품은 주인공이었다.
“주로 멜로 연기를 많이 했는데, 멜로는 정말 솔직한 감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 다른 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좀처럼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죠. 이번 ‘초능력자’를 시작으로 이미지 변신에 한 발을 디뎠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인 ‘고지전’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다른 소재의 작품을 계속 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외모에 대한 고민도 해봤다. 그는 “예전에는 고정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 외모 탓을 많이 했었다”라며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노력해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여행이 취미인 그는 준비하는 여행이 아닌 그냥 홀연히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국내 여행을 좋아하는데, 관광지가 아닌 구비 구비 산을 따라 걷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기 조차 힘든 오지를 가기도 한다. 고추 말리는 할머니와 타작하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구경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맛이란다. 연기에 대한 생각도 이와 많이 닮아있다. 그는 “그냥 ‘옆집 남자’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학교 선생님, 우체부, 환경미화원 같은 평범한 직업군을 되게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말투가 느려서 힘든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은 다 너무 급하다. 기다려주질 않는다”라며 웃으며 말한다.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답을 꺼낸다.
“제 이상형은 착하고 순수했으면 좋겠어요. 세상 물정 모르는….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사랑은 커피에 설탕 타듯 맞춰가는 거니까요. 마치 김장 담글 때 소금 간을 하듯이 맞춰가는 거라 생각해요. 좀 재미없나요?”
예상 관객수를 묻자, ‘재미있는 대답’을 보여야겠다는 다짐을 한 듯 말한다.
“1800만 명이요. 아니 4천만, 아니다. 1억 명이요!”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 사진 허정민 기자 ok_hj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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