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 ‘사망자’ 대부분은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다. 자매는 죽음으로 더럽혀진 현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을 담당할 뿐이지만 오히려 남겨진 가족의 슬픔과 절망이 더 신경 쓰인다. 이들의 가슴속에도 그들과 비슷한 아픔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신나게 마당에서 뛰어놀다 엄마를 찾으로 집 안으로 들어온 어린 자매가 발견한 것은 따뜻한 엄마의 품이 아니라 스스로 목을 매 싸늘하게 변한 엄마의 시신이었다. 죽은 사람의 집 청소를 시작하면서 자매는 세월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어린 시절 충격으로부터 한발짝도 성장하지 못한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나 깊은 상처는 바닥을 쳐야만 치유되는 것일까. 영화 후반부, 자매는 큰 파국을 맞는다. 하지만 그 파국은 자매가 자신들을 옥죄던 굴레를 풀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된다. 동생이 조카에게 “넌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생아야”라고 선언하면서 껴안아 주는 장면은 이들 자매가 긍정으로써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워들은 지식에 따르면 어린아이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양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죽음이나 불화 등으로 상당수 가족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긍정하지 못하면 자신감 결여나 자기비하의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의 문제를 똑바로 응시하고 그 문제가 결코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샤인 클리닝’은 사람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어린 시절 가게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그 아이를 생각했다. 그 아이는 지난날의 상처와 충격을 극복하고 올바른 자존감을 지닌 어른으로 무사히 잘 자랐을까. 눈매가 유독 예뻤던 그 아이는 분명 그랬을 거라고 기대해본다.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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