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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낮술'과 '똥파리' 등 영화제에서 선보인 저예산 영화들의 약진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장르영화의 역사를 뒤바꿀 무서운 신예들의 작품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한국 좀비 영화의 새로운 발견이라 말해지는 '이웃집 좀비'는 총 2천만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로 오영두, 류훈, 홍영근, 장윤정 등 4명의 감독이 촬영과 연출을 번갈아 가며 만들었다.
좀비 바이러스를 소재로 인간과 좀비의 공존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한국 저예산 영화가 주목하는 소수 계층에 대한 관심이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인 좀비라는 존재를 통해 나와 다른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제 권용민,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조지 로메로 이후 넥스트 좀비 세대를 예감하게 할 만큼 장르적 재미가 충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웃집 좀비'와 더불어 코믹호러를 표방하는 '노르웨이의 숲'(감독 노진수)은 한국영화에 생소한 B급 호러를 선보인다. 기존의 호러가 진지하거나 무섭다면 B급 호러의 세계에선 모든 '공포'의 대상이 가볍고 웃기다. 증거 인멸을 위해 시체를 유기하려던 두 명의 건달이 숲에서 시체를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발칙한 웃음을 선사한다. 노진수 감독은 이후 '노르웨이 호텔'과 '노르웨이 병원' 등 '노르웨이' 3부작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은실이' 배우 전혜진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는 '블러디 쉐이크'(감독 김지용, 사진)는 판타지심리드라마를 표방하는 영화로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섬세한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얽히고설킨 7명의 주인공들과 5가지 이야기가 우연처럼 맞물리면서 인간 내면에 잠재된 악을 조망한다.
이 밖에 한국 20대 청춘을 그린 두 편의 작품이 각기 다른 측면에서 한국적 젊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이 인상적인 '나쁜 놈이 더 잘잔다'는 인생반전을 꿈꾸는 겁 없는 청년들의 총기강도 행각을 그린 영화로 잘 될 리 없는 청춘의 그늘을 포착한 작품. 최근 청년 실업률 증가와 묘하게 맞물리면서 사회적 울림을 자아내는 이 영화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조감독 출신인 권영철 감독이 연출했으며 김흥수와 조안이 출연한다. 불타는 사랑에 대한 드라마 '불타는 내마음'(감독 최원섭)은 짝사랑한 여자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취업 실패와 탈모로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열정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20대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적한다.
영화제 측은 "무서운 신예들로 무장한 한국 장르영화의 약진이 최근 주류 영화의 부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번뜩이는 상상력과 장르적 재미로 충만한 이 5편의 영화들이 어려운 한국영화산업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오는 7월 16일 개막하는 부천영화제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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