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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性상납’ 논란〈상〉관계자들이 말하는 실태

입력 : 2009-03-16 20:31:57 수정 : 2009-03-16 20: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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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만들어줄게” 신인들 유혹
‘性접대·스폰서’ 강요아닌 강요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의 자필문건 공개로 연예계의 성상납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극히 드문 일로 치부하지만 장씨처럼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들은 여전히 기획사로부터 성접대를 비롯한 부당한 대우로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일부 악덕 연예기획사의 횡포와 어두운 관행 때문에 아예 연예인의 꿈을 접거나 방송 진출 시기를 늦추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계 종사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성상납 실태와 함께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대안은 없는지 상·하 2회에 걸쳐 다룬다.

◆제2의 장자연은 없나=연예계의 접대와 성상납 등의 문제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고 방송가와 연예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CF감독 A씨는 “얼굴도 예쁘고 끼도 있어서 잘될 줄 알았던 한 여배우는 영화 단역으로 몇 번 나가다가 기획사에서 톱스타로 클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성인영화 쪽으로 보내버렸다”면서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기업 관련자의 스폰서 관행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예전에 모 기업에서 당시 정말 잘나가던 여배우 K씨와 연결해 달라면서 ‘아파트 한 채에 매달 몇 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적도 있다”고 털어놔 대기업 스폰서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무명 여배우 B씨는 “아주 뛰어나서 기획사에서 쫓아다니며 계약하자고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배우는 돈이 제일 아쉽기 때문에 스폰이 필요하다”며 “차라리 큰 스폰서를 만나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여러 스폰서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저기 불려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관행처럼 굳어진 이 같은 접대문화 때문에 아예 방송계 진출을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C(29·여)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 유명해진 모 여성그룹의 예비멤버로 연습생활을 했었다”며 “하지만 데뷔 직전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알고 나와 연극 쪽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실제로 뮤지컬배우로 한동안 활약하다가 방송에 진출한 중견 여배우 D씨는 공공연하게 “20대에 뮤지컬을 하면서 방송 쪽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접대 같은 관행이 싫어서 안 갔다”며 “나이가 들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뒤 가면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어서 기다렸다가 진출했다”고 얘기했다.

◆누가 그들을 내모는가=배우에 대한 불공정 계약이나 접대 강요 및 폭언 등의 검은 관행은 대형 기획사보다는 군소 기획사일수록, 유명 배우보다는 무명 배우일수록 심하다.

톱스타 H씨의 전 매니저는 “일부이긴 하지만 실제로 배우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협박을 일삼는 기획사가 있다”면서 “대형 톱스타가 아닌 이상 신인 배우들은 소속사를 옮기고 싶어도 매장당하거나 소송에 걸릴까봐 무서워서 못 나간다”고 설명했다. 술 접대나 성 상납의 경우 꼭 강요하거나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더라도 배우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사탕발림을 하거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게 문제다.

그는 “기획사나 매니저가 ‘오늘 모 광고사 간부랑 저녁 먹는데 대기업 광고 진행하니까 너도 참석해라, 널 모델로 발탁시켜 줄 수도 있다’고 하면 배우 입장에서는 안 나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수로 활동하다가 매니저로 전업한 K씨는 “현재 제작사 협회에서 나오는 표준계약서 양식이 있지만 여전히 기획사가 ‘갑’이고 계약서를 어떻게 쓰건 관행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계약해 놓고 계속 일을 안 주다가 ‘이런 자리 있으니 와 봐라’ 하면 배우는 반자발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미·백소용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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