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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세계 첫발들인 레이, 여인과 사랑에 빠져
영화 ‘킬러들의 도시’의 제목만 보고 한국 조폭영화나 갱스터물을 떠올린 관객은 십중팔구 영화를 보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 것이다. ‘킬러들의 도시’는 킬러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활극이 아닌 내면의 갈등, 나아가 인간의 원죄의식을 건드리는 잘 짜여진 드라마다.

대주교를 암살하고 영국에서 도망친 킬러 레이(콜린 패럴)와 켄(브레던 글리슨)은 보스 헤리(랠프 파인스)의 명령을 받고 벨기에의 브뤼주에 머물게 된다. 조직의 넘버 2이자 낙천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켄은 브뤼주 관광을 즐기며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제 갓 킬러의 세계에 발을 들인 혈기 왕성한 레이는 그곳이 답답하기만 하다. 빨리 영국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던 그는 거리에서 만난 매력적인 여인 클로이(클레망스 포에시)와 사랑에 빠지고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 무렵 헤리는 켄에게 명령을 내린다. 대주교를 암살할 때 실수로 ‘킬러들의 규칙’을 어겼던 레이를 응징하라는 것.

영화의 배경인 브뤼주는 시내에 종횡으로 수로가 뻗어 있고 많은 다리로 연결돼 제2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관광도시이다. 영화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고딕 양식의 성당과 아기자기한 목조 건물, 수로를 따라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 등은 이곳을 ‘눈을 뜨고 있지만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장소로 만들어준다. 보스 헤리는 조직의 규칙을 어긴 부하를 처단하기 위해, 레이는 도망치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브뤼주로 모이게 된다. 결국 이곳은 킬러들의 마지막 대결 장소가 된다.

영화는 미술관에서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한 그림을 통해 천국과 지옥, 그 중간계인 연옥을 보여주며 주인공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덫에 걸려 심판을 받는다. 아름답지만 마약을 팔고 관광객 소매치기로 살아가는 신비의 여인,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콤플렉스 덩어리인 난쟁이 등 현실과 조금씩 어긋난 인물들은 브리주라는 공간에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결국 브뤼주는 연옥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첫 장편 영화인 ‘킬러들의 도시’로 영국 독립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원제는 ‘인 브뤼주’(In Bruges). 청소년관람불가, 3월5일 개봉.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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