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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회사 안 가도 OK"…'퇴직 대행' 서비스의 성공 이유

입력 : 2019-01-22 14:52:45 수정 : 2019-01-22 1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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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의 꿈은 퇴사'라는 말이 있다. 매일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출근하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직장인을 돕기 위해 일본에서는 대신해 사표를 내주는 '퇴직 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두고 싶지만 말할 수 없고, 회사서 그만두지 않게 하는 등 퇴직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는 것을 걱정하는 20~30대가 주요 고객이다. 

퇴직 대행 업체는 의뢰인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퇴직 의사를 전달하고, 의료보험이나 퇴직 증명 등 관련 서류를 대신 받아 처리해준다.

퇴직 신고 및 출입증 등 회사 물품 반납까지 일절 회사와 접촉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게 돕는 것이 원칙이다. 심지어 대행 업체와의 면담도 필요하지 않다. 전화나 문자, 이메일로 소통하면 끝이다.

비용은 정규직과 계약직의 경우 5만엔(약 50만원)이고, 아르바이트의 경우 3만엔(약 30만원)이다.


도쿄의 '엑시트(EXIT)'라는 퇴직 대행 업체는 "내일부터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수백건의 상담에 대응했지만 퇴직 못한 의뢰인은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다. 누구에게나 퇴직 할 권리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것에는 일본 사회에서 블랙기업(비합리적인 노동을 의도적으로 강요하는 기업)과 파워하라(직장에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것)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인력난 심화로 일자리가 넘쳐나면서 구직자에게 유리한 고용 환경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특히 퇴사를 막기 위해 그만두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퇴직 의사를 전해도 인정해주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퇴직 대행 서비스가 성행하자, 대리인에 의한 퇴직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드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퇴사 의사를 대신 전달하는 것은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단 의뢰자 대신 미지급 입금 등에 대해 협상한다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퇴직 대행 서비스 업체 '엑시트'의 대표는 "우리는 그저 '의뢰인이 퇴직 신청서를 보냈으니 처리해 달라'고 연락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퇴직 대행 서비스를 금지하는 회사를 향해 "어리석다"면서 "왜 퇴직 대행을 이용하면서까지 그만두고 싶은지 그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계속 회사에 다니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만둘 수 없게 만들 생각만 하는 회사의 방법에 쓴소리를 날린 것.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퇴사가 어려운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7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퇴사경험이 있는 사람은 82.8%에 달했다.

퇴사를 마음 먹었음에도 퇴사가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퇴사 의사를 밝혔으나 자의 혹은 타의로 퇴사 계획이 무산된 적이 있으십니까?"의 질문에 33.5%가 '그렇다'고 답했다.

퇴사 계획이 무산된 배경으로는 '퇴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종용 받았다'는 응답이 50.2%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어 '담당인력 부재에 따른 사직원 반려'(25.6%), '상부에서 타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의도적으로 반려'(12.1%), '더 나은 처우를 약속 받고 잔류를 결정'(9.3%)이 뒤를 이었다. 

일부는 더 나은 처우를 약속 받고 잔류를 결정(퇴직금, 퇴직일 조율 과정에서 회사에 계속 남아 있을 유인이 마련, 9.3%)했다고 밝혔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충분한 고민과 계획을 바탕으로 퇴사를 희망했지만 영문도 모른 채 반려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건강한 퇴사문화 구축을 희망해본다"고 말했다.

한누리 온라인 뉴스 기자 han62@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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