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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 유죄추정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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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9 07:00:00 수정 : 2018-11-28 14: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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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유죄추정 공화국①] 무엇이 남성을 범죄자로 만드는가
2012년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덴마크 영화 ‘더헌트’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남성 ‘루카스’가 친구의 딸인 ‘클라라’의 거짓말로 인해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상황을 담고 있다. 거짓말이었지만 클라라의 이야기는 유치원장을 통해 순식간에 마을로 퍼지고, 마을 주민들은 루카스와 루카스의 아들에게 위협과 폭력을 가한다. 설마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하겠느냐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마을주민들은 끝까지 루카스를 아동성범죄자로 몰아간다. 경찰수사결과 무혐의로 모든 사건이 일단락 됐지만 루카스와 루카스의 아들이 받은 상처는 그 누구도 보상하지 못했다.


2018년 대한민국은 미투운동을 시작하고 여성인권 신장에 큰 변화가 있던 한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죄추정을 당하는 선의의 남성들이 존재한다. 제대로된 재판없이 성범죄의 범죄자로 낙인찍힌 남성들, 그 울분을 참지 못한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우리사회의 ‘루카스’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떻게 답할까. 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이 무색해진 사회의 이면을 살펴봤다.

◆성범죄자 남성, 재판 전에 이미 범죄자로

일반적으로 남성이 피의자이고 여성이 피해자인 대부분의 성범죄를 접하는 우리는 두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성범죄자 남성 혹은 꽃뱀 여성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 극단적인 생각이 대부분이고 이는 각종 게시판의 글로 올라온다.

물론 성범죄자 남성들에게 그에 걸맞는 사법부의 철퇴가 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남성들 중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가 많고, 최근에는 SNS 발달 등으로 정상적인 재판을 받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 찍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남성들도 생겨나고 있다.

앞서 박진성 시인은 2016년 10월 습작생 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SNS를 통해 제기된 이후 강간·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지난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그에게 성폭력을 제기한 여성들이 ‘거짓 미투’를 했다고 주장하는 트위터 글이 게재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박 시인이 입은 고통과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았다.

◆무죄추정 무색,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

최근 큰 이슈를 만든 이수역 사건의 남성들도 이미 피의자로 낙인찍혀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4시, 서울 이수역 인근 한 주점에서 여성 2명과 남성 3명이 서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여성 측은 남성 일행에게 혐오발언을 듣고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를 입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고 급속도로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에 남성들을 죽여야된다는 충격적인 게시글까지 등장했다.

자신이 남자친구와 술자리에 있는데 해당 여성이 자신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말을 했고 이 일이 계기가 돼 옆테이블 남성들과 해당 여성의 싸움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새로운 상황이 전개됐지만, 이미 남성들은 범죄자에 여성혐오자로 인격모독 낙인찍힌 후였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대원칙을 깔고 있다. 헌법 제27조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며 무죄추정을 천명하고 있지만, 남성과 여성의 진술이 다를 경우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로 인식한다.

◆그들의 이유있는 목소리, 강제추행 50%는 기소안돼

많은 여성들은 대한민국 남성들로 인해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들도 성범죄자를 처벌하자는데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억울한 남성들도 존재하는 만큼 마녀사냥이나 온라인상에서 범죄자로 낙인은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성범죄로 인해 입건된 피의자들 중 상당부분은 무혐의 등으로 불기소처분을 받고 있고,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계는 우리 사회에서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강간 및 강제추행 피의자 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강간혐의 피의자는 2014년 4858명에서 2016년 5527명으로 증가했고, 강제추행 피의자는 1만1174명에서 2016년 1만3472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피의자 대부분 남성이다.

하지만 통계는 또다른 놀라운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2016년 강간 혐의로 입건된 5527명 중 절반에 가까운 2599명(47.02%)이 무혐의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강제추행의 경우 입건된 피의자 1만3472명 가운데 역시 절반에 육박하는 6715명(49.84%)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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