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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美 청춘도 'N포세대'… 부메랑 세대 폭발적 증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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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1 11:30:00 수정 : 2018-04-11 16: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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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어느 나라에서든 꿈을 잃어가는 젊은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이다. 한국에서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에서, 집과 취업까지 포기하는 ‘오포 세대’, 여기에 희망과 인간관계까지 내려놓은 ‘칠포 세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포기해야 할 N의 항목이 늘어 급기야 N포 세대가 등장했다. 이는 한국의 20, 30대 젊은이가 직면한 현실의 한 단면이다.

gettyimagesbank 제공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부메랑 세대’(Boomerang Generation)가 등장했다. 이는 고교 졸업 이후에 집을 떠나 대학에 진학했거나 사회생활을 하다가 주거난 등 경제적 이유로 독립을 포기하고 다시 부모 또는 조부모 밑으로 돌아오는 젊은이를 뜻한다. 일본에는 좀 더 과격한 표현이 동원된 ‘패러사이트 족’이 출현했다. 기생충이라는 뜻의 패러사이트는 부모에 의지하면서 기생충처럼 얹혀사는 젊은이를 말한다. 프랑스에는 ‘탕기’(Tanguy)가 등장했다. 독립할 나이에 부모 집에 살면서 엄마와 딸이 겪는 갈등을 그린 영화 ‘탕기’에서 이 말이 나왔다. 이탈리아에는 ‘맘모네’(Mammone)가 있다.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해서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불린다. 영국에는 ‘키퍼스’ (Kippers)가 있다. 은퇴한 부모의 연금을 축내는 젊은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인의 주거 형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25∼29세 연령층의 33%가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0년과 비교할 때 무려 3배가 늘어난 수치이다. 부모 또는 조부모 집으로 돌아온 ‘부메랑 세대’가 증가하는 핵심 이유는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 수 있는 일자리가 없고, 독립해서 거주할 집을 구하지 못하며 결혼이나 동거할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젊은이도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헬 아메리카’를 외치고 있다.

미국에서 부메랑 세대의 증가로 다세대 거주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7∼2009년 ‘대침체’ (Great Recession) 이후에 미국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꾸준히 나아지고 있으나 부메랑 세대는 그와 정반대로 많이 증가하고 있다.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한 집에서 부모, 조부모가 자녀 또는 손자·손녀와 함께 거주하는 미국인이 약 6400만 명에 달했고, 이는 전체 인구의 20%에 달한다.

다세대 거주 인구 비율은 1950년대에 21%에 달했고, 그 이후 1960년에 15%, 1970년에 13%, 1980년에 12% 등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1990년에 다시 14%, 2000년에 15%, 2009년에 17%로 지속적인 오름세로 돌아섰고, 2016년에 20%를 돌파했다. 다세대 거주 비율을 인종별로 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아시안이 29%로 가장 높고, 히스패닉 27%, 흑인 26%, 백인 16% 등으로 나타났다.

부메랑 세대의 증가에 따라 중년과 노년층에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다. 미국에서 55∼64세 연령층의 24%, 65세 이상 연령층의 21%가 자녀 또는 손자·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연령층을 통틀어 다세대 거주 미국인의 비율은 여성이 21%로 남성의 19%보다 높다. 이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30대 젊은층에서 다세대 거주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5∼29세 남성의 35%가 부모 또는 조부모와 거주하고 있는데 비해 이 연령층의 여성 중에서는 30%만 다세대 거주자이다. 또한 30∼34세 연련층에서 남성의 22%, 여성의 19%가 다세대 거주자인으로 드러났다. 이는 곧 20, 30대 젊은층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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